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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바늘찾기’된 서울 3억이하 아파트[부동산360]
부동산| 2020-07-01 15:39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서울 아파트 하위 20%의 평균값이 처음으로 4억원대를 기록하며 서울에서 3억원대 아파트 찾기도 어렵게 됐다. 정부가 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대출과 세금을 규제하면서, 유동성이 중저가 주택으로 옮겨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고가 아파트 규제로 주춤했던 이 아파트값이 최근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전용면적 84㎡가 33억원에 실거래됐다. [헤럴드경제DB]

서울, 3억원대 아파트 씨가 말랐다

1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1분위(하위 20%)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4억329만원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말부터 집계된 해당 통계에서 이 값이 4억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서울에선 상위 20%인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을 제외하곤 일제히 꾸준히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정부가 지난해 말 고가주택을 대상으로 대출을 줄이고 세금을 늘리는 12·16 대책을 시행한 후 고가주택은 힘을 못쓰고 있다. 반면, 그 아래 80% 구간에서는 아파트값이 내내 오르고 있다.

2분위는 5억8984만원에서 지난달 6억5049만원으로 값이 올랐다. 서울에서 6억5000만원의 아파트가격은 ‘싼 편’이란 뜻이다. 중간값이 속한 3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도 7억6785만원에서 8억2353만원으로 앞자리가 바뀌었다. 상위 40% 구간인 4분위부터는 아예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10억원대를 넘어선다.

[KB국민은행 리브온]

실제 3억원 이하 아파트 찾기가 어렵다. 부동산 114의 시세 조사 대상(6월 12일 기준)인 서울 25개 구의 아파트 124만9389채 가운데 3억원 이하는 3.48%(4만3501채)에 불과했다.

강남(0.57%), 강동(0.93%), 광진(0.88%), 동대문(0.20%), 동작(0.20%), 마포(0.63%), 성동(0%), 송파(0.40%), 영등포(0.85%), 용산(0.03%) 등 10개 구에서는 3억원 이하 아파트 비율이 0%대였다.

서울 10개구는 3억원 이하 0%대…사실상 갭투자 불가능

사실상 서울 10개 구에서는 전세 대출 자금을 활용한 갭투자가 아예 불가능한 셈이다.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에서는 3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전세대출 규제 카드를 꺼냈다.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상승을 이어나가는 이유가 갭투자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핀셋규제’가 집값을 올렸다고 비판한다.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로 규제가 집중되면서 시중의 돈이 그 아래 가격으로 흘러가 연쇄적인 가격 상승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광범위한 규제지역이 지정된 6·17 대책 이후에도, 시중 자금이 규제지역에서 비껴간 김포와 파주 등으로 흘러가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추가 규제를 시사하고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포와 파주 지역 집값 급등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낼 때만 해도 이들 지역은 규제지역 지정을 위한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현재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추가 규제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30일 “시중유동성이 주택 투기수요 확대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일관되게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6월에 신고가를 기록하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헤럴드경제DB]

아무리 눌러도 다시 상승...마래푸 84㎡ 다시 16억원

전문가들은 집값이 추가 규제를 내놓는다고 잡히지 않으리라 전망한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은 잡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미 각종 규제로 더이상 압박할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고, 대기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중 통화량(M2)이 사상 첫 3000조원을 넘길 정도로 유동성이 넘치는 것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보탠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추가 규제가 나오면 풍선효과는 번지고 실수요자가 주택 구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장 왜곡이 반복될 것”이라며 “규제가 나오더라도 서울과 같은 경쟁력 있는 곳은 가격이 적어도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오르는 강보합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 경기가 안 좋은데, 비정상적으로 주택 가격만 오르는 것은 사람들이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집중적으로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은 ‘손해볼 일 없다’는 인식 때문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직전까지 급매물이 소화되던 서울 아파트는 다시 전고점을 회복하고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포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11일 16억원에 팔렸다. 15억원 초고가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 이후 14억9000만원에 수렴했던 값이 다시 튀어오른 것이다. 올 들어 20억원대에 거래되던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59㎡도 지난달 22억원에 계약서를 쓰며 전고점에 다가서고 있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지난달 13일 84㎡가 31억원, 94㎡가 35억원에 거래되며 나란히 신고가를 기록했다.

반포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고점을 돌파하는 순간, 다시 가격 오름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격 오름세가 나타날 때마다 규제가 더해지다 보니 이젠 집값 상승이 무서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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