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급차 막아선 택시기사 “사설구급차 운전 안 해본 줄 아냐, 119 불러 가라”
구급차 막았는데도 ‘응급의료구조인력’ 없는 ‘사설구급차’여서 응급의료법 위반 적용 어려워
응급구조원 “119는 병원에 환자 내리고 바로 나오기만해…병원 오가는 구급차는 거의 私設”
경찰 “형사법 적용 검토”에 전문가 “장기적으로 사설구급차에 대한 법적 기준·보호 강화해야”
‘강동구 급차 사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사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이 유튜브에 올린 블랙박스 영상.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교통사고 처리를 이유로 응급 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선 택시기사에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와 공분을 사고 있다. 대부분 병원이 사설구급차를 이용하는 현실에서 119 구급차뿐 아니라 사설 구급차에 대한 인식 제고와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의료법 전문가와 사설구급차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구급차 사건’ 당시 택시기사는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낮다. 사고가 발생 당시 구급차에 응급의료 종사자가 동승하지 않은 탓이다. 응급의료법 제12조에 따르면 응급의료 종사자가 응급 환자를 구조‧이송하는 걸 방해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60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같은 사고가 난 데에는 아직 사설구급차에 대한 법적 보호가 약하고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 환자의 보호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밝힌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가해 택시기사는 10분가량 “사설구급차 안 몰아 본 줄 아냐”면서 “119 구급차를 불러 가고 사고 처리를 하라”며 환자 이송을 방해했다.
실제로 최근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는 대부분 사설이라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구조사 교육이나 약품 관리 등의 문제로 병원 자체 구급차를 많이 줄인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간 전원(轉院) 환자를 주로 이송한다는 응급구조사 A씨는 “119 구급차는 환자를 병원에 내려주고 돌아올 수밖에 없어 병원에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는 백이면 백 사설구급차”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환자실이 부족하거나 해당 병원에서 수술이 불가한 환자를 이송할 때는 119보다 더 급한 상황인데도 사설구급차가 경광등을 켜고 지나가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사설구급차 이용이 증가하는 만큼 사설구급차를 운용하기 위한 법적 기준과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송 환자의 위급도와 의료장비 등에 따라 특수구급차와 일반구급차로 구분되는데 119 구급차는 모두 특수구급차인 데 비해 사설구급차업체는 5대 이상의 특수구급차만 보유하면 되게 법령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환자를 이송하던 사설구급차에 응급구조사가 타지 않은 것은 위법 행위가 아니다. 보유 특수구급차의 80%에는 응급구조사를 2명씩 배치하고, 특수구급차에는 반드시 응급구조 인력이 동승해야 하지만 일반구급차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사설구급차에서 일하는 응급구조사 A씨는 “사설구급차업체도 24시간 응급구조사가 대기하고 동승한다”며 “콜을 받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어떤 구급차를 배차할지 정하는데 사고 차량은 일반구급차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법 전문가들은 응급의료법 적용 범위와 사설구급차에 대한 법적 보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호균 의료문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부대표는 “119 구급차가 기능하지 못할 때 사설구급차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데도 응급의료법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사설구급차에 응급구조 인력 동승을 의무화하면 좋겠지만 당장은 사설구급차 여건 상 긴급하게 출동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경광등을 달고 악용하는 사례도 더러도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강동구 구급차 사건의 가해 택시기사는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지 않더라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택시기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돼 있으며 추가적인 형사법 위반 여부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8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택시와 사고로 병원 이송이 늦춰져 끝내 환자가 사망했다. 피해 환자의 아들은 가해 택시기사의 엄벌을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4일 만인 이날 이존 10시 현재 60만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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