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향소 11~13일, 오전8시~오후10시 운영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이진용·한지숙·최원혁 기자] “고인은 서울시의 아버지 같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이 돼 제일 먼저 투표한 분입니다.”
11일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故) 박원순 서울 시장의 분향소 앞으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조문은 이 날 오전11시부터 가능했지만, 두시간 앞서 오전 9시부터 기다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간격을 적당히 띄운 탓에 대기 행렬은 조문이 시작된 오전 11시 무렵에는 분향소가 있는 서울도서관 앞부터 플라자 호텔 앞 ‘I SEOUL U’ 조형물까지 길게 이어졌다.
박 시장과 크고 작은 인연을 지닌 시민들이 다소 이른 시간대에 분향소를 찾았다. 맨 처음 조문한 강남구 36세 남성은 “2008년 3월부터 12월 까지 시민청에서 청년활동으로 일했다”면서 “행사 때마다 시장님을 뵈었는데, 서울시의 아버지 같다는 생각이다. 말이 안 나온다. 돌아가신게 거짓말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온 78세 남성은 “60대 중반에 정년퇴직하고 노후에 자원봉사를 알려주셨다. 희망제작소에서 배워서 지금도 하고있다. 잊을수 없는분이다”며 울먹였다.
강동구 거주 29세 남성은 개인적은 연은 없었지만, “성인이 되서 제일 먼저 투표한 분이다. 그래서 조문왔다”고 했다.한국마트협회 지휘본부 조끼를 입은 남성 7~8명은 단체로 조문 행렬에 섰다.
청년, 은퇴한 중장년,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은 모두 박 시장이 시정을 펼치면서 보살폈던 취약층들이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시장 분향소 설치에 반대하는 여성을 향해 박 시장 지지자(오른쪽 흰색 상의)가 항의하고 있다. [사진=이진용 기자/jycafe@heraldcorp.com] |
오후 3시 무렵에는 서울광장 동쪽 편에서 분향소 설치를 반대하는 한 시민과 박 시장 지지자들 간에 가벼운 실랑이가 일었다. 한 젊은 여성이 “2차 가해 아니냐”고 따지자, 박 시장 지지자들이 “여긴 상가집이다”, “젊은 사람이 상가집에서 부채질하냐” 등 맞섰다. 이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욕설과 삿대질도 나왔다.
서울시는 애초 시청사 내부에 애도를 원하는 직원들을 위해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방역 문제와 전국의 추모하고픈 마음을 헤아려 야외인 광장 앞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제단은 9mx3m 크기이며, 꽃 9500송이로 장식됐다. 조화나 조기는 따로 받지 않고 있다. 분향소는 13일까지 운영된다. 분향시간은 오전8시부터 오후10시까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경 추기경이 11일 오전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한지숙 기자/jshan@] |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도 이틀째 이른 아침부터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평소 박 시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문을 마치고 나온 뒤 “너무 놀랐다”며 “앞으로 할 일도 많은데, 꼭 이러시지 않아도 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는 “죽음으로써 모든 것을 답했다고 본다”고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도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염 추기경은 “박 시장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참 안타깝다”며 “유족에게 위로하고 고인을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장 재직 동안 여러차례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찾아 염 추기경을 예방했다.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신천지 사태가 터졌을 때는 종교계 대표들과 일일이 만나고 전화하면서 방역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이 날 오전에는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1부시장), 류경기 중랑구청장, 김미경 은평구청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유동균 마포구청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 밖에도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우원식·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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