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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골칫거리 폐플라스틱…‘바이오 플라스틱’이 해결책”
뉴스종합| 2020-07-14 11:47

“21세기 중반에는 자국에서 생산한 플라스틱은 자국에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겁니다. 미래 폐기물 대란과 국가적 환경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바이오플라스틱 원천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황성연(사진)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소재연구단장은 1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0’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황 단장은 ‘2018년 서울 쓰레기 대란’을 언급하며 폐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했다. 당시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여파로 전국 대도시 지역에서 배출되는 폐비닐 및 플라스틱 재활용품 수거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쓰레기 관리체계의 문제와 함께 환경 문제가 일상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이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양은 약 83억t. 이 중 단 9%만이 재활용됐으며 나머지 12%는 소각, 79%는 매립 또는 버려졌다.

황 단장은 “지금 속도라면 2050년에는 연간 11억t의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이로 인한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사회적 문제 해결과 국민 생활환경의 질적 향상을 위해 바이오플라스틱 개발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황성연 단장 연구팀이 개발한 게 껍질로 만든 친환경 비닐봉투.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바이오 플라스틱은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Bio-based Plastics)과 생분해성 플라스틱(Biodegradable Plasics)을 통칭한다.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물 유래 자원을 원료로 한 플라스틱을 가리킨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폐기 후 일정 조건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되는 ‘썩는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썩지 않는 석유계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이를 대체할 바이오 플라스틱 기술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유럽 바이오플라스틱협회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은 연간 생산량 기준 약 205만t(2017년)이다. 2022년까지 연간 성장률이 약 2.9%로 예상되며 특히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이 4.3%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바이오화학산업을 키우고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고 황 단장은 설명했다. 그는 “독일은 바이오산업 클러스터 사업에 6000만 유로를 투입하고, 네덜란드 또한 금융 지원을 통해 바이오산업 육성에 나섰다”고 말했다.

황 단장은 “국내의 경우 생분해성 플라스틱 중심으로 개발과 사업화가 추진됐다”며 “하지만 시장 확대가 미흡하고 경쟁 열위로 사업이 축소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경쟁력이다. 핵심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이 떨어져 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 품질 저하, 친환경 정책 결여 등도 시장 확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어 황 단장은 “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개발이 다시 활발해 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확산 우려로 가림막, 1회용 플라스틱 등 제품 수요가 폭증하면서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황 단장은 주목할 만한 국내 연구 결과와 지자체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게 껍질’로 만든 친환경 비닐봉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황 단장이 속한 연구팀이 개발했다. 땅 속에서 6개월 이내 100% 분해되고 기존 생분해성 비닐봉지보다 2배 강해 시중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개발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식물성 성분인 아이소소바이드(isosorbide)와 나노셀룰로오스를 활용했다. 환경호르몬 유발 물질인 비스페놀A가 포함된 폴리카보네이트를 대체할 수 있다. 현재 바이오 폴리카보네이트 생산은 일본 미쓰비시케미컬이 독점 중이다. 튼튼한 정도와 투과율이 미쓰비시케미컬은 물론 석유 폴리카보네이트보다 높다. 황 단장은 “쥐 모델을 이용한 염증실험에서 독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돼 영유아 젖병, 임플란트, 인공뼈 소재로도 개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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