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현실적인 위로와 공감, 서로의 ‘선택’ 존중하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가족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 마지막까지 현실적인 위로와 공감, 따스한 웃음으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연출 권영일, 극본 김은정)가 타인 같은 가족의 특별했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회 시청률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5.4% 최고 6.3%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를 경신,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었던 이들은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개인의 시간을 통해 ‘나’를 찾고 다시 가족으로 모였다. 여전히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 가족이 다시 찾은 평범한 일상은 깊은 울림을 전하며 ‘가족입니다’다운 가슴 벅찬 엔딩을 선물했다.
김은희(한예리 분)를 찾아간 박찬혁(김지석 분)은 김은주(추자현 분)의 결혼식에서 마주한 김상식(정진영 분)과 이진숙(원미경 분)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이가 좋지 못한 부모님이 자식 때문에 산다는 김은희의 하소연과 달리, 김은주의 결혼식장에서 박찬혁이 느낀 부모님의 모습은 달랐다. 긴 세월 속 서로의 고생을 이해하는 “사랑보다 더 깊은 눈빛”을 느꼈다는 박찬혁. 김상식과 이진숙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존중의 마음이 담겨 있었고, 이는 가족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 더 잘 보였다.
김은주는 가족 모임을 앞두고 김지우(신재하 분)를 따로 만났다. 김은주 역시 가족을 가뿐하게 떠나고 싶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막내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게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는지도 고백했다. 자신의 이혼을 담담히 털어놓은 김은주는 “너한테 말 안 한 것들이 많아. 앞으로 할 말을 하고 살자”며 김지우에게 먼저 다가갔다.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지만, 엄마 이진숙은 그렇지 못했다. 아물지 않은 상처가 여전히 쓰렸고, 가족이 버거워 부모의 마음과 아픔을 알아주지 못한 삼 남매의 선택에 아팠다. 가족이 전부였던 이진숙에게 인사도 없이 떠난 김지우의 행동은 충격이었다. “엄마한테도 엄마가,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던 삼 남매는 이진숙의 상처를 마주하고 안타까워했다. 김은주가 “쉽게 풀리실 일 아니니까, 각자 자기 방식으로 정성 들여서 달래드리자”고 말했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다섯 가족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김은희와 박찬혁은 설렘도, 안정감도 있는 둘만의 연애를 이어나갔다. 가족 그리고 박찬혁과의 시간을 돌아보며 김은희는 ‘사랑한다’는 말을 정작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박찬혁이 기다리고 있는 덕수궁 돌담길로 달려간 김은희는 “사랑해. 살면서 의미 없이 외쳤던 그 말 다 합쳐도 이 말 한마디 못 이겨”라며 진심을 담아 고백했다.
박찬혁의 사랑한다는 고백과 함께 이어진 입맞춤은 뭉클하고 따뜻했다. 김은주는 이진숙의 동의를 얻어 친아버지를 찾아갔다. 마주한 홍명수(남경읍 분)는 김상식과 정반대의, 지적인 남자였지만 이진숙에게 그러했듯 끝내 무심했고 아무런 감정 없이 김은주를 대했다.
홍명수는 김은주의 존재를 가족에게 알릴 수 없다는 자신의 입장부터 피력했다.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예상한 적 없었냐는 김은주의 물음에 “저는 관계의 의미성은 세월이라고 생각한다. 부모, 자식이라도 세월을 함께 하지 않으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은주는 해결되지 않은 일을 남겨두는 성격이 아니라 한번 뵙고 싶었다며, 홀가분하게 돌아섰다. 친아버지를 마주한 김은주는 마음속에 묻어뒀던 가족에 대한 숙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진숙은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엄마에게도 금세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었고 적지 않은 나이지만 꿈도,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다는 것을 자식들은 몰랐다. 이진숙은 22살의 그 날처럼 집을 나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선택했다.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인생을 선택한 60살 이진숙”의 결정을 가족들은 존중했다. 가족들은 이진숙의 빈자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가족의 시간이 아닌 개인의 시간을, 가족이 아닌 나를 찾는” 시간이 가족 모두에게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1년 남짓의 시간이 흐르고 가족들은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불쑥 이진숙이 가족의 곁으로 돌아왔다. “자로 잰 듯 딱 맞는 옷을 입으며 엄마의 시간에 우리가 늘 함께였다는 걸 느꼈고 처음 보는 엄마의 환한 웃음, 그걸로 충분했다”는 김은희의 말처럼 여전히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몰라도, 복잡한 ‘나’를 가족들이 다 몰라줘도, 이제는 곁에 ‘가족’이 있음을 느끼며 그들을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가족입니다’는 마지막까지 따스한 웃음과 위로, 진한 공감을 선사하며 가슴을 울렸다. “가족이어도 다 달라”라는 김은주의 말처럼,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해야지만 온전한 가족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진심을 꺼내놓기가 쉽지 않아 망설이고 쌓아두기만 했던 가족들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잘 헤쳐나갈 수 있었던 이유도 가족이 함께이기에 가능했다.
김상식, 이진숙 부부는 오랜 세월을 돌아 후회 없는 내일을 살아가게 됐다. 김은주는 가족이었던 윤태형(김태훈 분)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그의 행복을 빌어주며, 자신 역시 행복해지기 위한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김은희와 박찬혁은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연인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연애를 이어갔다. 김지우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며,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 중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가족의 모습은 가슴 꽉 채우는 완벽한 엔딩을 선사했다.
‘가족’을 바라보는 차별화 된 시선은 최종회에서도 유효했다. 가족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거나 ‘화목’이라는 가치를 위해 상처를 뭉개고 넘어가지 않았다. 여전히 ‘나’를 온전히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고, 모든 것은 순전히 ‘나’의 몫인 삶이지만 그럼에도 ‘가족’이 있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었다. 각자가 찾아낸 현실적이고 따뜻한 행복에 시청자들도 깊게 물들었다. “그렇게 복잡한 우리에게, 나에게 가족이 있습니다”라는 평범한 그 한마디가 가슴 깊이 와 닿으며 여운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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