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시장 혼란 가속화
정치권 중심으로 전세 소멸론 논쟁
전문가들 “부작용 최소화해야” 목소리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한 공인중개업소 앞의 모습.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지난달 31일 시행된 후 첫 주말. 시중 중개업소마다 벌써 부터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전환 여부를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충돌이 발생하는 등 혼란스럽다.
정치권엔 ‘전세 소멸론’이 화두다. 정부 규제로 전세가 줄고, 월세 시대 도래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줄을 잇는다. 시장 논리에 따라 전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로 강제로 전세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월세시대의 도래는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통상 집값 하락기에 자주 등장하던 화두였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집주인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부터 2013년은 집값 하락이 장기화하면서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었다. KB리브온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각각 -7.78%에 그친 바 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 자료를 보면 2010년 서울 전세 비율은 32.8%에서 2014년 32.1%로 줄었고, 월세 비율은 24%에서 26.2%까지 상승했다.
반대로 집값 상승기에는 전세 선호도가 올라간다. 전세를 놓은 기간 동안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 등 각종 비용과 주택의 감가상각까지 포함해 그 이상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토부 주거실태자료에서 2018년 25.7%를 기록했던 전세 비율은 2019년 26%로 상승했다.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올라간 시기였다.
그런데 최근 임대시장에서 ‘전세 시대가 끝나고 월세 시대가 빨리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은 과거와는 다르다. 집값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집값이 오르는 와중인데도 ‘전세 종말론’이 화두인 이유는 단연 정부의 규제 탓이다. 말하자면 ‘정부 주도 월세 시대의 개막’이다.
정부 규제로 집값 가격 하락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한편으론 전세 세입자를 두는 부담은 커졌다. 집주인이 전세를 놓을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 뿐만 아니라 임대차 제도나 보유세 개편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전세 제도의 운명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반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전세가 한국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소득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을 지닌 제도”라면서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온다”고 반박했다.
당장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주거비 증가 등 가계 부담이 커지고 집주인과의 갈등 상황만 많아질 수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앞으로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부한 경우 직전 세입자가 집주인이 실제로 실거주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 세를 줬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향후 2년간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와 전입신고 정보를 열람하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세입자 면접을 보겠다”는 등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 할 경우 월세 시대 정착이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기숙 참여정부 전 홍보수석은 “앞으로 월세가 새로운 제도로 등장한다고 해도 정부가 제도적 준비만 잘 하면 걱정할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위원도 “월세화가 진행되더라도 전세와 일부 월세를 섞은 형태의 반전세가 주류를 이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입자 면접 시대가 곧바로 다가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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