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가정폭력 재발우려 2400곳
재발막기위해 부모·아이 분리 시급
최근 길거리에서 열 살 아들의 머리채를 잡고 흉기로 위협한 ‘천호동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친모가 지난해에도 아동학대 혐의로 처벌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동학대 재발을 막기 위해 부모와 아이의 분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동보호 시설과 인력 확충의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6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 내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은 2457개(지난해 6월 기준)이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은 9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확인한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 재발우려가정은 1만3002개에 달한다.
아동학대는 재발 가능한 범죄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보전이 발간한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판정 후 5년 안에 재학대 판정을 받는 아동 수는 ▷2016년 1397명 ▷2017년 1859명 ▷2018년 2195명으로 증가 추세다. 아동학대 가해자 중 76.9%, 재학대 가해자 중 95.4%는 부모로 나타났다.
학대 피해 아동을 확인하고 학대 행위자로부터 보호·분리시켜야 할 아보전이 가정폭력 재발 건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시내 아보전은 강남·강서·노원·동대문·마포·성북·송파·영등포·은평, 9개 자치구에만 존재했다.
관리 기관뿐 아니라 학대 피해 아동이 가해 행위자와 분리돼 생활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전국에 학대 아동 쉼터(이하 쉼터)는 72개소로 1개소에 들어갈 수 있는 아동은 5~7명이다. 쉼터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인 전국에 고작 500여명 선인 셈이다.
정부도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에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교육부·경찰청 등은 지난달 29일 ‘아동 청소년 학대 방재 대책’을 발표해 쉼터를 내년까지 10개소, 아보전을 2022년까지 20개소 확충하기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7일 아동학대 관련 직권조사에 착수해 아동학대 사전 예방, 신고 체계, 사례 관리 시스템 등을 전면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사건은 가해 행위자와 분리가 핵심이므로 학대 피해 아동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더욱 확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지역을 넘나들며 쉼터를 이용하거나 그마저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쉼터(72개소)가 아보전(68개소)보다 조금 많은데 남녀 아동을 분리 보호할 수 있도록 쉼터 수가 아보전의 두 배 이상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사건을 줄여 가기 위해 장기적으로 강제조사 권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남이 보는 상황에서도 때리는 사람이 집안에서는 아이에게 어떻게 하겠냐”며 “아이가 안전한 상태에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친권이 강해 부모가 거부하면 학대 피해를 강제조사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 내에 아동학대 등 전문가로 남을 수 있도록 인사고과 등의 가점을 주는 식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