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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9 ‘인생타’…우승보다 값진 기록
엔터테인먼트| 2020-08-25 15:21

지난주 마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노던트러스트에서 인생 최고의 타수를 친 선수가 나왔다.

올해 PGA투어에 데뷔한 스코티 셰플러(24)는 22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TPC 보스턴(파71)에서 열린 이 대회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12개를 잡고 12언더파 59타의 스코어 카드를 제출했다. 셰플러는 파5인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면서 코스 레코드인 59타 피날레를 멋지게 완성했다.

그날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은 그보다 뒤에서 경기하면서 11번 홀까지 무려 11언더파를 쳤다. 그 뒤로는 타수를 줄이지 못해 60타로 마친 존슨은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한 게 아쉽다’고 소감을 남겼다.

결국 그가 선두에 올랐고 이 대회에서 2위와는 11타차로 우승했다. 셰플러는 이후 이틀 경기에서 67타, 71타를 쳐서 공동 4위로 마쳤다.

2016년부터 PGA투어에서는 매 시즌 50타 대의 최저타 기록을 깨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그럴만한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다. ‘8자 스윙’으로 유명한 짐 퓨릭(미국)이 트래블러스챔피언십 파이널 라운드에서 12언더파 58타를 친 것이다. 58타는 역대 한 라운드 최소타 기록이다.

미국 코네티컷주 리버하이랜즈(파70) 골프장에서 6개 홀을 남기고 11언더파가 됐을 때 퓨릭은 “그때부터는 멘탈 게임이 됐다”면서 말했다. “위대한 선수들이 많이 있었지만 아무도 58타를 못쳤다. 이런 기록을 갖는 것은 행복하다.”

PGA투어 이외에서 58타는 여러 번 나왔다. PGA 2부 투어 엘리매이클래식에서 스티븐 제거가 쳤고, 일본 투어에서 이시카와 료, 캐나다 투어에서 제이슨 본이 기록했으며 일본의 마루야마 시케키는 US오픈 예선에서 58타를 쳤다. 하지만 최고의 무대인 PGA투어에서 이런 기록이 나오지는 않았다.

퓨릭은 3라운드까지 1오버파로 부진했는데 마지막 날 12언더파를 치면서 11언더파 공동 5위로 마쳤다. 그 대회에서 우승은 14언더파를 친 러셀 녹스가 차지했지만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는 않는다.

퓨릭이 불가능에 가까운 58타를 친 뒤로 다른 선수들이 59타를 치는 것을 가능한 일로 받아들인다.

2017년1월12일에 저스틴 토마스(미국)가 하와이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소니오픈 1라운드에서 11언더파 59타를 친 지 9일 뒤인 21일에 애덤 해드윈(캐나다)이 애리조나주 라킨타CC에서 열린 아메리칸익스프레스 3라운드에서 역시 11언더파 59타를 치기도 했다.

PGA투어 역사에서 가장 먼저 나온 59타는 1977년 6월10일 39세의 베테랑 알 가이버거가 콜로니얼에서 열린 페덱스세인트주드 2라운드에서 기록한 13언더파 59타였다.

그 다음의 59타가 나오기까지는 무려 14년 여가 걸렸다. 칩 벡(미국)이 1991년 10월11일 슈라이너스병원오픈 3라운드에서 역시 59타를 쳤다. 그리고 세 번째 59타의 기록은 7년 뒤인 1999년 1월24일 데이비드 듀발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마지막날 깼다. 이후로 ‘59타 주기’는 더 단축됐다.

육상에서 ‘배니스터 효과’라는 단어가 있다. 사상 최초로 1마일(1.6㎞)에서 마의 4분 벽을 깬 전설의 육상선수 로저 배니스터에게서 나온 말이다. 1954년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육상대회에서 그는 1마일을 3분59초4에 주파했다. 1945년 군데르 하그(스웨덴)가 4분1초3을 기록한 이후 9년여 동안 깨지 못했던 1마일 4분대의 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배니스터의 기록은 1마일 4분벽을 깨는 건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당시 통념을 깬 것이다. ‘심장이 터질 것’이라던 4분벽을 깨고 난 후 불과 한 달 만에 10명, 1년 후엔 37명이 그 벽을 넘었다. 이후에 개념의 체계가 바뀌면서 결과가 달라진 현상을 ‘배니스터 효과’라 부른다.

골프에서 이처럼 59타를 쉽게 깨는 추세를 58타를 친 ‘퓨릭 효과’라고 불러야 할지, 처음 59타를 친 ‘가이버거 효과’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주기가 더 잦아지리라는 건 예측할 수 있겠다. 남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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