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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의 골프디스커버리] 코로나19 휴지기 이후 더욱 강해진 김시우…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개가
엔터테인먼트| 2020-08-25 15:24

PGA투어에서 최경주를 이을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김시우의 올해 첫 시작은 비참했다. 1월 중순 열린 어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 1라운드에서 김시우는 무려 87타를 쳤다. 드라이버가 골프장 옆 집 주변으로 날아다녔다고 주위 사람들이 전했다. 허리 통증이 있다고 했고, 3월 중순 코로나로 인해 대회가 중단되기까지 4번을 예선 탈락했다.

코로나로 인해 주어진 휴식기는 3개월. 그동안에 달라진 김시우를 기대했지만, 6월 중순 다시 시작된 투어에서도 김시우는 2회 연속으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김시우가 보여준 집념과 의지는 강했다. 지난주까지 김시우는 무려 11주 연속 대회를 출전했다. 저러다가 어디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스런 마음도 들었다. 우려와는 반대로 그의 경기 내용은 날이 갈수록 향상됐다.

김시우는 2016년, PGA투어 풀시드를 딴 후 매시즌 말 펼쳐지는 플레이오프에 출전하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첫해에는 루키로서 윈덤 챔피언십을 우승했고, 이듬해 2017년에는 최연소로 메이저와 다름없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2018년, 2019년에는 우승은 없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할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올해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2주 전까지만 해도 김시우는 플레이오프에 들어갈 수 있는 페덱스컵 랭킹 125위에서 멀어져 있었다. 상위권에 오르면 랭킹 점수가 많이 오르지만, 중하위권의 성적을 기록할 경우 받는 점수는 미비했다.

하지만, 남은 2개 대회에서 김시우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기적을 보여줬다. 지난 4년간 출전했던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김시우는 상위권은 커녕 예선 통과를 한 적도 없었다. 거기서 김시우는 공동 13위를 기록해서 121위로 올라왔다. 메이저 대회는 대회를 골라서 나오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코스 자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골프에서 필요한 모든 샷을 테스트하고, 멘탈까지도 달달 볶아버리는게 메이저 대회의 특징이다.

플레이오프 전 마지막 대회는 김시우의 첫 우승을 했던 윈덤 챔피언십. 우승 문턱까지 가서 공동 3위로 마치며, 순위는 82위로 껑충 뛰었다. 마지막 순간, 단 2주만에 김시우는 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김시우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인 노던 트러스트에서는 아쉽게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며, 이번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올해 초 보여준 부진과 코로나로 인한 대회 중단을 생각하면, 놀라운 약진이었다.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대회 수를 줄일 수도 있었을텐데, 넓은 미국땅에서 대회장을 옮겨 다니며 무려 11주 연속으로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는 것이 놀랍다. 김시우의 승부를 향한 전투적인 자세와 승부욕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본인도 미래에 자신의 커리어를 뒤돌아 봤을 때, 힘들었지만 소중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우승의 짜릿함과 달콤함도 좋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가지고 있는 모든 파워를 쥐어 짜내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실력이다.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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