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기초과학지원硏 “연구장비가 곧 국력…국산화로 이루는 세계 기술선도의 꿈”
뉴스종합| 2020-09-02 11:07
KBSI가 구축·운용중인 생물전용 초고전압 투과전자현미경 [KBSI 제공]
기초지원연 연구원이 전자현미경으로 제품의 물성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KBSI 제공]

미국, 일본, 스위스, 독일, 영국 등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전 세계에 연구장비를 수출하는 대표적인 기업을 보유하고 매년 노벨과학상 수상에서 1순위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장비가 곧 국력으로 평가되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움직임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이다. KBSI는 연구·산업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는 분석기술 개발에 주력, 연구장비를 개발하고 국산화 연구를 주요 연구영역으로 설정했다.

신형식 KBSI 원장은 “최종 목표는 국산연구장비 개발 기술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국내 연구장비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탄탄한 연구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KBSI는 그동안 구축한 산학연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국산화가 시급한 분석연구장비의 우선순위를 검토했다. 현장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분석연구장비 중 활용도가 높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장비, 잠재적인 시장규모가 큰 연구장비를 우선 국산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 투과전자현미경, 질량분석기와 같이 소재, 바이오, 나노 등 다양한 연구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분석장비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투과전자현미경은 시료의 구조를 원자 수준의 분해능으로 영상화하고 분석하는 연구장비로 기초과학 연구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장비다. 세계 투과전자현미경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세계 시장의 97%를 일본 (57.4%)과 미국 (39.6%)이 점유하고 있다. KBSI는 100%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투과전자현미경의 국산화 개발을 목표로 지난 2015년부터 30kV 보급형 투과전자현미경 연구개발을 시작, 시작품 제작까지 마쳤다. 신뢰성 평가, 성능 향상을 위한 후속 지원 등을 통해 전문기업에 관련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10억원 이상의 고성능 중대형 외산장비만 존재하던 시장에 저가의 국산 보급형 분석장비로 틈새시장을 창출하고, 다양한 기초과학 연구 및 교육현장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는 2025년까지 선도형 장비로서 필수적인 수차보정기, 고감도 영상검출기, 고전압전원장치 개발을 포함한 60kV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 개발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국산 분석과학 연구장비의 수준을 보다 전문적인 수준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차이온 질량분석기도 반도체 분석, 소재개발, 환경분석, 우주연구 등 다양한 연구·산업영역에서 널리 활용되는 필수 분석연구장비다. 기존에는 전량 영국·독일 등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 이차이온 질량분석기의 핵심요소가 되는 ‘기체클러스터 이온빔’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공식적인 성능 테스트를 마쳤다. 테스트 결과 현재 사용되는 외국산 이온빔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그동안 질량분석이 어려웠던 유기물과 같이 비교적 부드러운 성질의 시료인 OLED와 각종 유기필름이나 생체 시료 분석에 특화됐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오는 2025년까지 기체클러스터 이온빔을 활용, 바이오 시료 분석에 최적화된 ‘3차원 분자이미징 질량분석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바이오시료의 구조와 화학적 조성을 동시에 영상화해 볼 수 있는 연구장비다. 이에 생명과학분야 기초연구뿐 아니라 신약개발 분야에 새롭고 효과적인 연구방법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분석연구장비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전자석 개발과, 전자기적 물성을 측정할 수 있는 물성측정장비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소재나 제품의 전자기적 물성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전자기 물성측정장비는 개발을 완료하고 전문기업에 기술이전까지 마쳤다.

신 원장은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지속되는 일본의 수출규제는 이른바 소부장으로 요약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산업의 기초를 돌아보게 하고, 연구원의 사회적 역할을 명확히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국가경쟁력 강화의 근간으로서 분석과학 연구장비 국산화를 통한 기술 자립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분석과학 기술 대표기관이 될 수 있도록 정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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