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새끼손톱만한 핵연료, 4인 가구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 만들어낸다
뉴스종합| 2020-09-16 11:47
한전원자력연료 생산직원이 경수로용 핵연료 집합체를 조립하고 있다. [한전원자력연료 제공]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전원자력연료 생산 현장. 국내 원전에 핵연료를 독점 공급하는 곳으로 핵연료 주기 전반을 책임지는 핵심 시설이다. 최근 방문한 생산기지 2공장 내 소결체(펠릿) 공정에서는 이산화우라늄을 연료봉에 장입하기 위해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펠릿 형태로 가공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분말을 담배필터 크기의 원통 모양으로 압축 성형하고 1750℃의 고온에서 열처리한 뒤 표면을 연삭해 반들반들하게 마무리하면서 완성됐다. 새끼 손톱만한 핵연료 소결체 하나로 약 1800kWh의 전력이 만들어졌다. 4인 가족 한 가구가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우리나라.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신규원전 건설 뿐만 아니라 기존 원전도 안전성 문제로 가동이 제한되면서 원활한 에너지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전원자력연료 생산 현장에서는 원자력 발전 원재료인 핵연료 공급을 위해 생산 시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수입된 농축 우라늄을 가공, 핵연료로 제작해 국내외 원자력발전소에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원자로 내에서 연소되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전 과정을 맡고 있다.

핵연료 제조를 위해 2개의 공장을 가동 중인데 2공장에서 만든 소결체을 1공장에서 연료봉에 장입, 집합체 형태로 만들어 원전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핵연료의 원료인 천연우라늄 속에는 우라늄-238이 99.29%, 우라늄-235가 0.71% 포함돼 있다.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은 우라늄-235로 이 성분비율을 핵연료에 적합한 2~5%까지 높이는 공정을 농축이라고 한다.

핵연료제조의 첫 공정은 농축우라늄을 분말형태의 아산화우라늄으로 재변환하는 건식재변환이다. 농축우라늄을 기화기에 넣고 100~150℃로 가열, 겔을 기화시킨 뒤 변환로로 옮겨서 고온의 수증기와 수소가스와 반응시키면 이산화우라늄이 생성된다.

국순기 한국원자력연료 세라믹처장은 “이 공정의 전처리로 10~1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이산화우라늄 분말입자를 1250마이크로미터 정도로 덩치를 키워야 한다”면서 “입자의 밀도를 높여야 핵연료가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약 4시간 동안 열처리와 냉각을 넘나들며 이론 밀도 95%의 소결체가 생산된다. 완성된 소결체는 하나의 중량이 5.2g, 직경 8mm, 높이는 10mm다. 이 작은 소결체 하나가 4인 가족이 8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1800kWh의 전력을 만들어낸다.

국 처장은 “소결체는 생산 공정에서 가운과 마스크, 장갑 등의 기본적인 장구 착용으로 제품의 이물질 유입 방지와 작업자의 방사선 안전이 확보될 수 있을 만큼 안전한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2공장에서 만든 소결체들은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과한 것만 추려 저장용기에 포장, 특수차량을 통해 1공장으로 이송된다. 바통을 넘겨받은 1공장에서는 연료봉 제조, 소결체 장입, 연료봉 검사, 연료집합체 제조 등의 공정이 진행된다.

연료봉은 직경 9.5mm, 두께 0.57mm, 길이 약 4m로 핵연료가 원자로 내에서 연소할 때 핵분열 에너지를 방출하는 모체다. 이 열에너지를 냉각수에 전달하는 한편 연소 시 발생하는 핵분열 생성물을 냉각재로부터 차폐시키는 방호벽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 열 전달 특성이 뛰어나고 내부식성이 우수한 지르코늄 합금으로 만들어지며 피복관과 상하부 봉단 마개, 압축 스프링, 소결체로 구성돼 있다. 지르코늄 합금 튜브에 소결체를 장입하고 튜브 내의 소결체를 고정하기 위한 압축스프링을 삽입한 뒤 양쪽 끝단을 밀봉해 연료봉을 제작한다.

현재 국내 원전에서 사용되는 표준형 원전용 개량연료는 집합체 하나에 연료봉 236개가 들어가며, 현재 하루 평균 약 1400개의 연료봉을 생산하고 있다.

소결체를 만들어서 연료봉 장입이 마무리돼도 핵연료 제조가 끝난 것은 아니다. 핵연료의 특성상 극미한 실수나 오류도 용납되지 않는 만큼 최종적으로 비파괴검사, 헬륨누출시험, 육안검사 등 3단계의 검사가 실시된다.

이후 조립이 완료된 골격체에 연료봉을 장입, 상하단 고정체를 조립하면 핵연료 집합체가 최종적으로 완성된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을 통과한 특수제작된 운반용기에 포장돼 육로로 원전으로 이송된다.

정상봉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은 “완성된 집합체 하나면 약 1억6000만kWh 전력생산이 가능하며 이는 약 5만 가구가 1년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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