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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파괴 주범 ‘미세 나노플라스틱’…폐 세포도 없앤다
뉴스종합| 2020-09-17 14:52
미세플라스틱의 표면 전하에 의한 폐 세포 독성 유발 모식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그동안 주로 환경오염 측면에서 주목받던 미세 플라스틱이 나노 크기 단위에서는 인체의 호흡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광주센터 이성수 박사 연구팀과 전남대학교 생물학과 김응삼 교수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호흡으로 흡입된 나노플라스틱 표면의 전기적 특성에 따라 폐 세포가 파괴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7일 발표했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물리적·화학적 요인으로 직경 5㎛(마이크로미터)이하의 마이크로플라스틱이나, 직경 100㎚(나노미터) 이하의 나노플라스틱으로 쉽게 소형화된다. 이 중 나노플라스틱은 그 크기가 매우 작아 공기 중에 비산하며, 호흡을 통해 폐의 상피세포에 흡수·축적된다.

폐포 상피세포에 축적된 나노플라스틱은 여러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폐에 축적된 나노플라스틱이 세포내에서 어떻게 작용하여 질환을 일으키는 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공동연구팀은 인간의 호흡 주기와 유사하게 주기적으로 수축·이완되는, 유연한 세포배양 환경을 조성한 폐 모사 조건에서 나노플라스틱에 의한 폐포 상피세포 의 형태변화와 세포파괴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나노플라스틱의 전기적 성질에 따라 폐포 상피세포의 변화에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나노플라스틱 표면이 음전하를 띠는 경우에는 폐포 상피세포 내에서 한 방향의 규칙적인 섬유 구조를 자라게해 세포를 신장시키지만 세포자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었다. 그러나 양전하를 띠는 나노플라스틱은 세포 내에서 불규칙적인 섬유구조를 자라나게 하고, 세포 내에 과도한 활성산소 생성을 유도함으로써 세포를 사멸시킨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밝혀냈다.

단일 세포 수준의 미세영역에서 일어나는 폐포 상피세포에 대한 나노플라스틱의 물리·화학적 영향을 관찰하기 위해 KBSI 광주센터의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기술과 레이저 공초점 현미경 등의 분석장비가 사용됐다.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기술은 빛에 대한 굴절률을 이용해 세포의 구조를 정량적·정성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살아있는 상태의 세포를 별도의 전처리 과정 없이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이러한 강점을 이용해 다양한 질환의 발병과정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치료제 개발 연구에도 최근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성수 박사는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응용하면, 살아있는 세포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 과정을 별도의 전처리 과정없이 있는 그대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며 “나노플라스틱에 의한 폐 상피세포의 변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은 물론, 퇴행성 뇌질환 등 여러 질환의 발병기작 이해와 치료방법 개발에도 널리 응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현미경, 발광·형광 전임상 분자영상시스템, 마이크로·나노 CT, 비선형다중여기시스템 등 첨단 실시간 세포생체분석장비와 퇴행성 뇌질환 모델 동물을 활용해 신규 발병 억제 기작을 규명하거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후속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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