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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깨진 독감 백신…“조사 결과 상관없이 폐기해야”
뉴스종합| 2020-09-24 09:19
유통상의 문제가 발생해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지 이틀째인 23일 오후 광주 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백신 수급 부족을 우려한 시민들이 유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냉장 상태로 보관해야 하는 독감 백신이 상온 노출로 인해 접종 일정이 연기된 가운데 독감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해당 백신을 수거해 문제가 없는지 검사를 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결과가 안전하다고 나오더라도 이미 신뢰가 깨진 만큼 해당 물품은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신성약품이 유통하던 독감백신 중 일부에 대한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가 된 물량은 250만명분이며 검사에는 약 2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식약처의 품질검사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폐기 또는 접종 재개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3일 “해당 백신이 실제 냉동차에서 벗어나 운반된 시간은 1시간, 10분 이내인 것 같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말하는 백신 상온 노출 안전기간보다 턱없이 짧아 위험한 것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도 “WHO의 2012년 ‘허가된 백신의 안전성 시험 자료’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사백신은 25℃에서 2∼4주, 37℃에서 24시간 안정하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부가 상온 노출된 백신에 큰 문제가 없을거라며 안심시키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결과가 나온 상황이 아니어서 국민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 전국 곳곳의 독감 백신 접종이 가능한 의료기관에는 정부의 접종 연기 발표가 나온 뒤 접종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한 내과 의원 관계자는 “오전에만 30명 정도가 1인당 3만5000원씩 내고 접종을 했다. 무료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아청소년과 의원도 “급하지 않으면 무료 접종이 정상 운영될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괜찮다고 안내해 드리고 있지만 돈을 내고 접종하겠다는 경우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며 문제가 된 백신 전부를 폐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모든 백신을 다 검사하는 것도 아니고 표본을 검사한다면 어떤 판단 기준으로 얼마나 정확히 검사가 될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사용해도 좋다는 결과를 내놓고 큰 부작용이 없다 한들 백신의 효과까지 제대로 보장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신성약품이 유통한 독감 백신 500만 도즈를 검사해 설령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국민이 해당 백신을 맞고 싶겠냐. 결과에 상관없이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백신 제조업체에서는 설령 백신에 문제가 발견돼 폐기를 하게 되더라도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검사 결과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나오더라도 국민 정서상 폐기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다만 이 물량이 폐기되더라도 시중에 풀린 물량이 충분해 약간의 지체만 있을 뿐 올 해 접종 사업에 큰 차질이 있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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