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기습 상정’된 공수처법 개정안에…“정치적 중립성 퇴색” 우려
뉴스종합| 2020-09-28 09:06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출범도 하기 전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구성 등을 바꾸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 심사대에 오르면서 ‘정치적 중립성 퇴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서 사실상 야당의 견제 권한을 무력화하는 내용인데다, 친 여권 성향의 법조인으로 공수처 검사들이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이 발의한 공수처법 일부 개정안은 23일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 상정됐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 여야 간사간 논의 등 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1소위를 통과한 후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까지 이뤄지면 법이 개정된다.

현행 공수처법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7명 중 여당과 야당이 각각 2명씩을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의결에 필요한 숫자가 6명이기 때문에 야당 측 위원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임명이 불가능한 구조다. 개정안은 여야로 2명씩 나뉜 위원 추천 권한을 ‘국회에서 추천하는 4인’으로 수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의결 정족수도 6명이 아닌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으로 낮춰 5명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하도록 했다. 즉, 야당 측 위원이 2명도 되지 않을 수 있을뿐더러 야당 측 위원의 반대에도 의결을 강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형사 분야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구성과 의결정족수를 현행 공수처법대로 규정한 이유는 정치적 중립성 때문 아니었냐”며 “개정안처럼 법이 바뀌면 기존 취지가 퇴색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개혁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보자며 만들겠다는 것이 공수처인데, 정권에 칼이 들어오는 수사를 몇 번씩 겪으니 급해져서 빨리 출범시키자고 이러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공수처 검사의 임기와 자격 요건, 인원 등에 대한 수정을 두고서도 지적이 나온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 검사 임기를 7년으로 늘리고 사실상 연임 제한을 없애는 건, 이번 정권에서 임명된 공수처 검사가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계속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법에 따라 신분을 보장받는 만큼 각각의 공수처 검사가 ‘호랑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 검사의 변호사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면 여권 성향의 인적 자원을 더 공수처에 기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순수성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개정안대로 법이 바뀔 경우 공수처 검사의 자격은 10년 이상 경력 변호사에서 5년 이상 경력으로 완화된다. 25명 이내로 규정된 인원은 30명 이상 50명 이내로 2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게 된다. 임기는 현재 3년에 3회 연임으로 제한됐으나, 개정안은 7년 임기에 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연임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연임 제한이 사라진다.

앞서 대법원은 최근 법사위에 제출한 개정안 관련 검토의견서에서 기본적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수사관 인원 등에 대해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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