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구본혁의 현장에서] 대형 R&D사업 지연 언제까지
뉴스종합| 2020-11-18 11:25

대한민국 기초과학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의 완공이 애초 목표였던 내년 말까지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또 올해 말로 예정됐던 한국형 달 탐사사업도 오는 2022년 7월로 19개월 더 연장됐다.

이처럼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추진 중인 대형 연구·개발(R&D)사업이 파열음을 내며 삐거덕대고 있다. 지난달 열린 과학기술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핵심 연구시설로, 총 10년간 1조5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중이온을 빛의 속도로 가속하거나 충돌시켜 물질 구조 변화를 통해 희귀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연구장비다.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부터 건설에 착수했지만 그동안 잦은 수장 교체, 사업예산 삭감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사업 기간이 미뤄졌다. 완공까지 불과 1년 남짓인 상황이지만 아직 가속기 핵심 장치인 초전도가속기가 3분의 1 정도밖에 설치되지 않았고 성능테스트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최소 2년 정도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연구노조는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두 차례 구축 기간 연장과 한 차례 구축 범위 축소, 그리고 두 번의 단장 교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부실 시공의 실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몇 년의 공기가 더 필요하고 얼마의 예산이 더 필요한지 가능한 한 정확히 추산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구축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일부 장치의 제작일정 지연으로 인한 사업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 2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내 달 탐사사업도 정치논리에 매몰되면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실제 지난 10년간 수립됐던 한국형 달 탐사계획은 4차례나 변경됐다. 애초 일선 연구현장에서는 2023년 달 궤도선, 2025년 달 탐사선 발사를 제안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달 궤도선 2017년, 달 착륙선 2020년으로 무리한 변경을 시도하기도 했다. 핵심 기술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발사 목표 연도부터 정해놓고 연구·개발을 밀어붙이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9월에는 올 12월 예정이던 달 궤도선 발사를 19개월 연장해 2022년 7월로 하기로 했다. 탑재체 등을 포함한 로켓 총 중량을 애초 계획에 맞출 수 없다는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대형 연구·개발사업에서는 정치적 논리는 배제하고 선행기술 확보부터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기술 수준이 뒤처진 상태로,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 전략을 수립하고 핵심기술 확보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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