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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유체 칩’으로 유체역학현상 제어…디스플레이·태양전지 제작효율↑
뉴스종합| 2020-12-14 12:01

이번 연구결과가 게재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12월호 표지.[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액체가 증발해 박막 형태로 결정화되는 과정이 포착됐다. 이를 통해 용액공정을 통한 유기반도체 박막제조 기술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스티브박 교수와 서울대학교 남재욱 교수 공동연구팀이 유기반도체 입자를 포함한 액체 재료가 고체박막으로 변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액체상태의 재료를 코팅하는 용액공정은 진공·고온·고압에서 고체재료를 기화시키는 증착공정에 비해 경제적이지만, 결정화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 다양한 박막 기반 산업분야에 적용되지 못했다.

예측하기 어렵고 빠르게 형상이 변하는 유체의 거동을 정밀하게 통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사선모양이나 헤링본 무늬 같은 다양한 미세패턴이 새겨진 3차원 미세유체 칩을 제작, 패턴에 따라 유체가 흐르는 양상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방식으로 마이크로미터 단위에서 유체의 환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미세유체 칩은 직경이 매우 작은 유로로 액체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다. 유로의 디자인에 따라 간결하게 다양한 흐름을 구현, 유체에 대한 빠른 분석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3차원 시뮬레이션과 유체의 움직임을 ‘슬로우모션’으로 초고속 촬영하는 기술을 이용해, 분자가 유체의 움직임에 따라 이동하고 고체로 변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헤링본 무늬의 미세패턴에서 작은 크기의 소용돌이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카오스 이류를 관찰했다.

카오스 이류란 유체가 구조물에 부딪히는 등 외부요인으로 변형되어 형성되는 복잡한 형태의 흐름을 말한다. 방향이 특정되지 않고 불규칙한 형태로 이동한다. 해안가 방파제에 해수가 부딪히며 형성되는 흐름 등에서 관찰할 수 있다.

흐름이 무작위적인 카오스 이류는 모든 방향으로 고체 입자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어 입자들이 빈 공간 없이 정렬, 공정의 균일성을 높이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면 층류나 나선형 형태의 유동은 방향이 규칙적이고 고정돼 있어 흐름이 약한 방향으로는 유기반도체 입자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한다.

미세유체 칩 기반의 유체역학 현상 제어 및 분석 시스템 모식도.[KAIST 제공]

실제 이렇게 제작된 트랜지스터는 층류나 나선형 형태의 유동을 기반으로 제작된 트랜지스터에 비해 박막의 결함(정렬 불량, 빈 공간, 덴드라이트)을 억제해 높은 트랜지스터 성능과 균일성을 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12월 3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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