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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집’ 덮친 유튜버 처벌방법 없나
뉴스종합| 2020-12-16 11:29
지난 12일 경기도 안산시에서 한 시민이 조두순의 호송차량에 올라타 발길질을 하고 있다.[연합]

# 20대 유튜버 A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조두순 집 창문을 깨부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조두순집 창문 어떻게 깨냐’ 하는데 그거 정말 쉽다. 지금 유리를 안 깰 것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안 깨면 내 손가락을 자른다”고 호언장담하며 조두순의 집을 찾아가 돌을 집어 건물 창문에 던졌다. 조두순 집의 창문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돌팔매질이 벌어졌고,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 머리 위로 돌멩이가 떨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미성년자 성폭행범 조두순(68) 관련 영상 제작에 혈안이 된 유튜버들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이들의 불법행위를 엄단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돈벌기’용으로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 이들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혼란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경기도 안산시와 안산단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현재 조두순 집 주변에서 문제를 일으킨 유튜버 중 6명이 입건된 상태다.

조두순 호송 당시 보호관찰소 앞에서 차량파손을 일으킨 3명의 유튜버 중 격투기 선수 명현만(35)씨가 입건됐고, 나머지 2명은 조사를 앞두고 있다. 명씨는 지난 12일 준법지원센터 방문을 마친 조두순을 태워 거주지로 향하는 법무부 차량 출입문을 걷어차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두순 집 주변에서 경찰과 시비를 벌인 유튜버 3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조두순 집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려던 사람, 다른 유튜버와 몸싸움을 벌였던 유튜버가 각각 주거침입미수 혐의, 폭행 혐의를 적용받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추가로 2명 가량을 입건할 전망이다.

경범죄로 분류돼 범칙금을 부과받은 사례도 6명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튜버들을 통해 조두순 거주지 정보가 확산하면서 이 지역에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타고 와 경적을 울리는 이들이 늘면서다. 이들 중에는 과거에 벌금을 내지 않아 ‘벌금수배자’가 됐다가, 이번에 조두순 집 근처에서 소란을 피워 잡힌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처벌 단계를 밟지는 않았지만, 유튜버들의 ‘마구잡이’ 촬영에 따른 동네 주민들의 초상권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동의 없이 신체 일부가 노출되면 초상권 침해를 인정 받을 수 있고 나아가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 판단이다. 앞서 안산시는 지난 14일 “대다수 영상에는 모자이크가 이뤄지지 않아 동네가 특정되고 주민의 모습도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며 유튜브 한국법인에 관련 영상물 삭제, 실시간 방송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유튜버들은 사회적 대의명문이나 개인의 울분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수익을 창출할 목적으로 방송을 한다”며 “이런 경우라면 예상 가능한 혼란에 대해 경찰이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두순이 마음만 먹는다면 유튜버들을 협박죄나 모욕죄·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당장으로선 가능성이 낮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조두순에 대한 협박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있다”며 “다만 협박죄의 경우 개인과 개인과의 관계에서 적용되는 혐의이므로, 조두순이 해당 유튜버의 위협하는 방송을 보고 위협을 느껴야 하는데 이 부분을 판정하기 쉽지 않고, 따라서 이 유튜브 방송만으로 죄가 성립되는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도 가능하다. 하지만 둘 다 피해자의 의사가 중요하기 실제 소가 제기될 가능성은 낮다. 모욕죄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소를 제기할 수 있고,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적극적인 처벌의사가 없더라도 공소가 제기될 순 있다. 그러나 모두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있어야 하고, 조두순의 경우 이러한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법무법인 이헌의 김상균 변호사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사안에 대해 명예훼손이 적용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조두순과 관련해 이들 혐의로 고소가 접수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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