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거리두기 “왜 우리만?”
불만 목소리 정치로 터져나와
전례없는 위기 ‘익숙한 위기’로
리더십 등 ‘재구성’ 시대의 요구
헬스장과 수영장 등 실내체육시설 사업자들이 정부의 집합금지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호프집·PC방 등 업주들도 “손실보상 없는 감염병예방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커피업계 종사자들은 서울시의 집합제한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관련기사 4면
“왜 우리만?”이라는 절박한 주장이다. 누구는 영업을 맘대로 하도록 놔두고, 유독 우리한테만 엄격한 잣대만 들이대 사지로 몰아넣느냐는 주장이다. 그래서 정부의 방침을 믿지 못하고 따르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외침이다.
공정의 위기이고 신뢰의 위기이며, 곧 정치와 권력의 위기다. 국민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제도와 지도자를 믿지 않고 따르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응전의 방식을 요구했지만, 낡은 과거에 갇힌 정치와 권력은 민생과 경제의 파탄 및 통치의 신뢰도 하락이라는 ‘익숙한 위기’로 안내했다. 감염병 팬데믹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우리에게 ‘재발명’(re-invention) 수준의 새로운 정치와 권력의 고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는 굳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에 짓밟힌 미국의 국회의사당이나 수년간 우왕좌왕했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예를 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탄핵된 정권을 뒤로 하고 출범한 정부와,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로 만들어진 거대여당이 마주한 정치·리더십·외교의 ‘위기’로도 충분할 것이다. 백신·치료제 도입 등 코로나19 종식의 타임라인과 재보선·대선 등 선거 일정이 겹친 우리에게 공정의 정치, 신뢰의 리더십, 균형의 외교를 ‘재구성’(reconstruction)해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인 요구다.
문재인 정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 등으로 강력한 비판을 받았고, 국정지지도는 하락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 각자 자기 자신이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어떻게 제도와 과정이 만들어질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정부가 하는 일”이라며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 논란도 바탕에는 공정에 대한 국민적 문제제기가 깔려 있다. 계층·지역·시기에 따라 부동산이라는 재화가 심각하게 불공정 배분되고 있으며, 문 정부 집권 후 악화일로라는 인식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일관한 ‘공정경제 3법’에 대해서도 ‘공정’이라는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외 투기 자본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국내 기업들의 주장이 계속돼 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권력의 균형도 무너졌다. 국민들은 대재난에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에 압도적인 힘을 실어줬으나 사라진 것은 견제와 균형이고 남은 것은 입법독주였다.
코로나19와 함께 외교도 멈췄다. ‘K-방역’의 성과는 주요국들로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한미, 한일, 남북 관계는 지난 2년간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정한 인물과 특정한 정국을 벗어난 ‘중재자·운전자론’은 힘을 쓰지 못했다. 새로운 힘의 균형 속에서 중재자·운전자론을 넘는 한반도의 새로운 운명 개척이 필요하다. 강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