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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사, 분류인력·비용 문제 수수방관…사회적합의 무효”
뉴스종합| 2021-02-04 10:13

국내 4개 택배사 대리점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대리점과 택배 종사자들의 의견이 무시된 합의에 대한 재검토 등을 촉구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택배 분류 인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된 지 엿새 만에 이번엔 택배 대리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대리점주들을 배제한 채 택배 기사, 택배회사, 정부가 추가로 ‘사회적 합의’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택배 기사와 사측 간 분류 인력 논의는 일단락됐지만 택배회사와 대리점 간 택배 분류 인력과 비용에 대한 합의는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로젠택배, 롯데택배, CJ대한통운, 한진택배(가나다순) 등 국내 4개 택배사 대리점연합회(이하 연합)는 4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차 합의문 서명 이후 작성된 합의 문구에 대해서 단 한 글자도 수용할 수 없다”며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연합회는 “대리점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합의 후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사회적 합의 기구에 있다”며 “추가 합의 내용이 무효화되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집화 중단에 돌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집화는 쇼핑몰 등 택배 발송인으로부터 물품을 가져오는 업무로 대리점 소속 기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집화를 거쳐야만 허브 터미널을 경유해 소비자들에게 배송될 수 있다. 집화 거부 시 전국 택배는 사실상 마비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십수 명의 택배 기사들이 과로 등의 이유로 세상을 등지면서 배송 업무 이전에 택배 분류 작업이 장시간 추가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시작됐다.

지난달 21일 택배회사, 택배기사, 대리점들이 각각 구성한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가 모여 합의문에 서명했으나 사측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대책위는 파업을 선언했다. 지난달 29일 2차 사회적 합의에서 CJ, 한진, 롯데 등 3개 택배사는 직접 나서, 이날부터 분류 작업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기로 못박았다. 표준계약서 이행 여부를 국토교통부에서 확인하는 데까지 합의도 진전됐다.

사회적 합의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국내 4개 택배사 대리점의 차량들이 4일 오전 국회 앞에서 깃발을 달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

그러나 택배회사와 대리점주 간 분류 작업에 대한 합의는 마련되지 않았던 터라 대리점주들의 반발은 예견돼 있었다는 것이 대리점주와 택배기사들의 설명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1차 합의문에 분류인력의 비용은 택배회사와 대리점이 한다고 나와있는데 그 상의가 똑바로 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라며 “대리점 입장에서 원청보다 더 많은 부담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이 투입하기로 약속한 4000명 분류 인력 중 3700~3800명이 확보돼 있다.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이하 CJ대리점연합) 측은 이중 사측에서 도급한 인원은 700~800명이고 나머지 3000명은 대리점주와 이들의 가족, 대리점주들이 고용한 아르바이트 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계산에 따르면 분류 인력 비용 중 택배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30~40%선이다.

김종철 CJ대리점연합회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4개사 각자 사정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건 최종 합의에서 대리점주들이 빠졌다는 것”이라며 “택배회사들은 수년간 협상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해 놓고 막판에 대리점주를 배제하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대리점연합회는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집하 중단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롯데택배대리점연합 관계자는 “대리점들이 집하를 거부하고 배송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회장도 “집하를 중단해 국민들의 손발이 묶이는 걸 원하지 않지만 잘못된 사회적 합의 기구 당사자들이 시정하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 국민께 사과드리고 집하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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