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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四色]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엔터테인먼트| 2021-02-10 11:05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의 대표적인 ‘악동’ 패트릭 리드(미국)가 얼마 전 규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주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3라운드 10번홀에서다. 두 번째 샷으로 친 공이 바운드 없이 땅에 박혔다고 스스로 판단해 공을 들어올린 게 문제가 됐다. ‘박힌 공’일 때는 무벌타 드롭이 맞긴 하다. 하지만 공을 집기 전 경기위원을 불러 확인을 받았어야 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리드가 과거 스코어 조작이나 절도 등의 전력이 좀 있었기에 논란은 다음날까지 꽤 시끄럽게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최종일 선두경쟁 속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리드가 경기 후 우승 원동력을 묻는 말에 답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좋은 선수라면 회복력(resilience)이 뛰어나야 한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코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집중해야 한다. 나는 오늘 회복력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회복력(또는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이 최근 몇 년 사이 자주 등장한다. 부정적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 상태를 되찾아가는 능력 또는 그러한 성질을 뜻한다. ‘다시 뛰어오른다(to jump back)’는 의미의 라틴어 ‘resilio’에서 유래된 이 말은 심리학에서 주로 사용됐다고 한다. 예측 불가능의 시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강한 회복력은 더욱 절실해졌다.

그러다 2010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란제이 굴라티 교수가 “오늘날 기업 생존의 비밀은 리질리언스”라고 하면서 기업들의 경영화두로 떠올랐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등 주요 금융그룹 수장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리질리언스’를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바운스 백(bounce back)’에 그치지 않고 ‘바운스 포워드(bounce forward)’로 리질리언스를 발휘해야 한다(삼정KPMG 경제연구원 ‘리질리언스’)는 주장도 있다. 고난이 닥치기 이전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을 넘어, 이를 발판으로 한 뼘 더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겠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회복력은 경영이나 심리학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능력이 됐다. 생존이 위태로운 기업,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학생들, 가족·친구와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 소소한 행복을 빼앗겨 버린 이들. 모두 크고 작은 충격과 좌절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나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 ‘회복력’이라는 도움닫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예전 자리로 돌아가려 애써도 마음 같지 않을 때가 있다. ‘바운스 백’도 좋고 ‘바운스 포워드’라면 더 좋겠지만 도무지 손 끝 하나 움직일 기운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있다. 힘겨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 대부분이 아마 비슷한 상태일 것같다. 웅크렸다 번쩍 튀어오르는 용수철처럼 뒤로 한참 물러났다가도 힘차게 튕겨나가는 고무줄처럼 강한 탄성의 회복력을 갖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그럴 땐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끊어지지만 않으면 된다. 언제든 다시 돌아올 거니까.”

끊어지지 않고, 끊지 않고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회복력’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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