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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시각] 제2의 ‘배민·아자르’ 또 나올까
뉴스종합| 2021-02-24 11:09

최근 3년간 국내 스타트업계에서 글로벌 ‘빅딜’이 연이어 성사됐다. 2019년 AI(인공지능) 기술기업 수아랩이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에 2300억원에 매각되며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말에는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세계 최대 음식배달 서비스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기업결합이 완성됐다. 우아한형제들 매각금액이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인수합병이다. 올해는 영상메신저 ‘아자르’를 서비스하는 하이퍼커넥트가 세계 최대 데이팅앱 ‘틴더’ 운영사 매치그룹에 1조9000억원에 인수됐다.

그간 스타트업들은 시리즈 투자를 유치하거나 국내 대기업에 인수되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통해 성장해왔다. 이와 달리 최근 잇따른 글로벌 매각 사례는 규모와 성격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매각 규모는 ‘조 단위’를 훌쩍 넘고 세계 시장에서 각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에 인수됐다. 특히 무대를 해외로 넓히며 또 한 번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을 국내 최대 배달앱으로 만든 경쟁력을 발판으로 DH와 함께 싱가포르에 ‘우아DH아시아’ 합작법인을 세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총괄로 15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하이퍼커넥트는 미국에 본사를 둔 매치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인다. 최근 북미에 영상 기반 소셜디스커버리&데이팅앱 ‘슬라이드’를 출시한 바 있다.

이들이 글로벌 빅딜을 달성한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는 해당 분야에서 선두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는 점이다. 배민은 요기요, 쿠팡이츠 등을 압도적으로 따돌리며 국내 1위 배달앱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네이버 간편주문 거래 실적은 2019년 기준 배민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배민과 요기요 등의 점유율 합계는 2019년 거래금액 기준 99.2%였다. 카카오 주문하기와의 점유율 격차는 무려 98.8%포인트였다.

아자르는 서비스 초기부터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겨냥하며 현재 230개국에 서비스되고 있다. 아자르 앱은 지난해 연간 구글플레이 비게임 부문 매출 기준으로 유럽 전체 4위에 들었다. 지난해 9월 모바일 앱 분석 사이트 앱애니가 기준 구글 앱 비게임앱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유럽 8개국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스타트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키울 수 있도록 규제가 발목을 잡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동남아 우버’ 그랩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쏘카는 ‘타다금지법’으로 최대 성장동력을 잃었다. 타다 서비스로 해외 투자를 유치하며 모빌리티시장 돌풍을 일으키던 시기였다. 비록 쏘카는 악재를 딛고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비상장 기업)에 올랐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따랐다면 조금 더 일찍, 더욱 건실한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배민과 아자르 빅딜 사례에 과거 내비게이션 다크호스였던 ‘김기사’도 언급되고 있다. 김기사는 2015년 카카오에 626억원 규모로 인수됐다. 만약 김기사가 해외 사업자에 인수됐다면 글로벌 자율주행시장으로 무대를 넓혔을 것이다. 반면 글로벌 초정밀 지도업체 ‘히어’ 등은 세계적인 기업과 협업하며 영향력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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