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거세지는 ‘변창흠 사퇴론’…與에서도 “역린 건드렸다”
뉴스종합| 2021-03-10 10:40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강문규·윤호·박병국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과 관련, 여권 내에서도 LH 사장 출신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을 매듭지으려면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LH 전 사장으로 ‘원죄’까지 가진 변 장관이 ‘수습’은 잘못된 발언으로 끓는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판단도 여권 내부에서 감지된다. 청와대는 ‘장관 거취는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여론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변 장관 경질론’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지만 가능성을 열어놓는 듯한 발언을 했다. 변 장관이 LH 직원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것에 대해선 “적절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상황을 좀 확인해 본 다음 성역없이 책임질 일 있으면 누구든 다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질 여부에 대해선 완전히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사태의 엄중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강조하면서도 변 장관의 당장 사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 변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차기 대선의 전초전 격인 4·7 재보궐선거를 한 달 앞두고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인식으로 부동산 민심 이반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LH 사태는 제대로 된 사내 검증 시스템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당시 사장으로서 시스템을 통한 감독에 손을 놓고 있던 변 장관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전 민주당 의원은 대놓고 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 전 대변인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LH투기 의혹이 문재인 정부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했다. 박 전 대변인은 “부동산 정책 성공의 관건은 신뢰”라며 “‘변창흠표 2·4대책’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정책 사령탑에 대한 신뢰 없이는 성공적 추진이 어렵다.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과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 9일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LH 본사와 과천의왕사업본부, 광명시흥사업본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 [연합]

다만 변 장관의 거취에 대해 ‘일단은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 참석한 한 여당 의원은 “당장 사퇴하면 수습이 더딜 수 있고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 우려도 있다”며 “장관직을 걸고, 책임지고 대안을 만들 시기”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 소속 한 의원도 “변 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공식적인 당론은 아니다”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측면에서, 변 장관 경질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고심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변 장관 책임론에 대해 선을 그었던 청와대 내의 분위기 변화도 감지된다. 하지만 LH투기 의혹 파장이 잦아들지 않고 변 장관이 LH 직원들을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청와대 역시 ‘여론 동향을 지켜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변 장관은 전날 국회 국토위원회에 출석해 ”(직원들이)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발언이 진심이냐는 여당 의원들의 질문에 “내가 아는 경험으로는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 4일에도 “LH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변 장관은 이와 관련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어떤 경우에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하겠다”며 “(저는) 공공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우리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mkka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