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윤석열의 강점과 약점] “신인이라고 MVP 못 되나”
뉴스종합| 2021-03-12 12:00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윤풍(尹風)’이 매섭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자연인이 된 윤 전 총장은 단숨에 여야 대권 주자 중 최선두권으로 도약했다. 야권에선 경쟁적으로 윤 전 총장과의 인연이나 연대 가능성을 내세워 ‘윤 마케팅’에 전념하고 있다. 또 정치권의 이름난 인사들은 그와 접촉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12일 기준 그의 팬클럽 회원 수는 이미 2만명을 훌쩍 넘겼다. 총장직 사퇴에서 비롯된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일 뿐인지, 내년 대선까지 갈 장기적 추세의 시작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잠재적인 대권주자로서 윤 전 총장의 가장 큰 강점은 검찰 재직 시절 보여준 비타협적인 태도와 소명의식으로 형성된, 강직한 법조인으로서의 대국민 이미지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016년 탄핵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세력들을 사법 처리하는 데 앞장섰다. 그런 그가 현 정권에선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코너로 몰았고, 여권 실세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맞붙었다. 윤 전 총장은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과정에서 ‘맷집’도 인정 받았다. 이른바 ‘추·윤 갈등’을 겪으며 전국적 인지도도 갖추게 됐다.

윤 전 총장의 강직한 이미지는 앞으로 더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현 정권 들어 공정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일이 거듭 발생하고 있어서다.

특히 내년 대선을 1년 앞두고 터진 일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일파만파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사태는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야권 내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다는 점도 기회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윤 전 총장의 약점은 전무한 정치 경험과, 검증되지 않은 정치인으로서의 이념적·정책적 비전이다.

과거 고건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우량주’였지만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해 실패했다. 그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직도 의문이다. 그간 정치권과 거리를 둔 윤 전 총장이 인력망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 박 전 대통령 수사 경험이 있는 만큼, 야권내 핵심세력인 ‘대구·경북(TK) 친박(친박근혜)’과 화학적 결합이 힘들다는 점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현 정권에 반발해 사표를 낸 윤 전 총장의 입지는 여당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 좁아질 수 있다. 국민 상당수가 여전히 여권 편이라는 게 입증되기 때문이다.

경륜 있는 야권 대권주자들의 ‘스퍼트’도 염두 둬야 한다. 정통성과 조직력을 앞세워 존재감을 보인다면 TK지역 유권자를 중심으로 지각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약진도 위협 요소”라며 “두 사람이 반문(반문재인) 지지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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