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조선구마사 불똥?” 방송도 안한 드라마 ‘설강화’까지 왜곡논란 곤혹
뉴스종합| 2021-03-29 11:47
하반기 방영 예저인 JTBC 드라마 '설강화' 포스터. 여자 아이돌 블랙핑크의 '지수'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방영되면 우리 지수가 위험하다?”

역사 왜곡과 과도한 중국풍 연출로 논란을 일으킨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결국 방영 취소 결정을 내린 가운데, 다른 드라마들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기를 배경으로 하면서 간첩을 미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JTBC 드라마 ‘설강화’가 방송도 하기 전에 큰 곤혹을 치루고 있다.

특히 방송이 시작되면 출연 배우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한 팬들까지 가세해 방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29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JTBC 드라마 설강화 방영 취소 요구 총공(총공격)’ 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게시글이 화제다. JTBC 본사 등 관계사에 방영 취소를 요구하는 성명문을 팩스로 무더기 전송하자는 이른바 ‘팩스 총공’ 제안이다. 팩스 총공은 과거 1990년대 1세대 아이돌 때부터 팬들이 소속사의 업무를 마비시키기 위해 벌였던 일종의 시위 방법이다. 최근에는 정부부처를 향한 청원의 방법으로도 활용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설강화가 논란이 된 것은 그 줄거리 때문이다. 앞서 온라인상에서 알려진 설강화 개요에 따르면, 해당 드라마는 반독재 투쟁이 정점에 달했던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한 여대 학생이 피투성이가 된 남성을 운동권 학생이라고 생각해 치료해 주다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문제는 그 남성이 실제로는 남파 무장 간첩이었다는 점이다. 간첩 미화 논란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또 운동권 학생들을 고문한 안기부 팀장을 ‘원칙적이고 열정적이며 대쪽같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고도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독재 정권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JTBC 드라마 '설강화'에 역사왜곡 소지가 있다는 누리꾼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이번 논란의 단초가 됐던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결국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설강화의 촬영 중지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반발이 고조됐고, 같은날 JTBC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미완성 시놉시스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돼 앞뒤 맥락 없는 특정 문장을 토대로 각종 비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억측에 불과다하다는 것이었다.

남파 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다는 소문이나 안기부를 미화한다는 비판도 제작 의도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의도와 무관하게 설정 자체는 역사를 왜곡해 이해할 만한 소지가 다분한 것 아니냐’며 오히려 대응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독특한 점은, 방영 취소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 누리꾼의 주축 중 하나가 역설적이게도 해당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팬들이라는 점이다.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아이돌 블랙핑크의 지수는 물론, 유인나, 김혜윤 등 배우의 팬들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팩스 총공’ 게시글을 공유하며 응집력을 높이고 있다.

만약 논란을 해결하지 못한 채 방영이 시작되면, 제작진뿐만 아니라 출연한 배우들도 곤혹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 ‘조선구마사’에 출연한 감우성(태종 역), 장동윤(충녕대군 역), 박성훈(양녕대군 역), 정혜성(도무녀 역) 등이 SNS를 통해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같은 일이 설강화 출연진들에게도 반복되지 않도록, 팬들이 먼저 방영 취소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편, 설강화와 협찬 계약을 맺었던 일부 기업이 ‘손절’을 선언하며 광고계의 눈치 싸움 또한 시작됐다. 지난 26일 흥일가구는 “협찬 전 드라마 제작사에 꼼꼼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협찬을 진행하게 돼 심려를 끼친 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협찬 취소 계획을 밝혔다. 앞서 조선구마사도 모든 광고주들이 광고를 철회했고 결국 폐지 수순을 밟았다.

huma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