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주의! 문신 알몸 형님 등장” 전과 배달원 규제한다면서 “범죄 고객은?”
뉴스종합| 2021-03-31 10:55
최근 배달업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OOO 사거리, 알몸 남자’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이 화제다. 고객이 알몸으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놀라지 말라는 경고다. 배달기사는 이전에도 이 주소로 배달을 갔다가 알몸 차림의 남자를 마주친 적 있었는데, 이번에는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아 재빨리 음식만 놓고 나왔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조폭 숙소 배달 걸렸네요..가슴, 다리, 등 전체 문신한 알몸 형님 등장..”

배달하기 부담스러운 주소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배달기사들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배달기사에게 폭언을 쏟아내는 ‘갑질’ 고객부터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음식을 건네받는 노출증 고객, 음식을 따로 챙겨놓고도 못 받은 척 환불요구를 하는 ‘배달거지’ 고객 등 사연이 알려지면서, 배달기사도 고객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업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OOO 사거리, 알몸 남자’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이 화제다. 글쓴이는 배달을 갔을 때 고객 현관문에 붙어 있는 메모지를 촬영해 공유했는데, 종이에는 “OO에게 음식 시켜주면서 배달비가 따로 나올 수 있다고 용돈을 줬으니, 팁처럼 받아가도 된다. 대신 다 벗고 받으라고 했다”며 “우리 노는데 불쾌하실까 미리 메모 남긴다. 싫으면 문 앞에 그냥 놓고 가시라”고 적혀 있었다. 고객이 알몸으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놀라지 말라는 경고다.

배달기사는 이전에도 이 주소로 배달을 갔다가 알몸 차림의 남자를 마주친 적 있었는데, 이번에는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아 재빨리 음식만 놓고 나왔다고 했다.

이같은 고객의 고의적 노출로 충격을 받았다는 배달 기사들의 사연은 적지 않다. 알몸으로 음식을 받는 황당한 고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배달원 A씨는 “현장에서 카드결제라 적혀있어 초인종을 눌렀는데 고객이 나시티에 속옷만 입고 있어 엄청 당황했다”며 “온라인 카페에서 글로만 접하던 일인데, 배달하다보니 정말 별난 경험 다 해본다”고 했다. 또 다른 배달원 B씨는 “내가 만약 여자였으면 성희롱으로 고소했을 것”이라고 했다.

배달주문 고객 문 앞에 포장 음식이 놓여있는 사진. 사진은 기사와 무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성별을 불문하고 이같은 행동은 성희롱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이 많다. 특히, 고객은 주문 시에 비대면 수령을 요청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현금 및 카드로 결제하겠다고 요청한 후 민망한 옷차림으로 나오는 것은 성희롱 의도가 다분하다는 평가다.

기사들은 ‘진상 고객’을 피할 방법이 없을까. 고객의 사적인 공간에서 찰나에 이뤄진 사건이고, 증거를 남기기도 어렵다는 측면에서 고소 등 법적 절차를 밟기는 쉽지 않다. 이에 일부 배달 기사들은 플랫폼 측에 민원을 접수하고 해당 주소로는 콜이 배정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비단 노출증 고객 외에도 폭언을 쏟아낸 갑질 고객, 배달 기사를 위협한 폭력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고객, 부정한 방법으로 배달기사에게 환불 부담을 지우는 고객 등 업무 효율을 떨어트리고 정신적인 피해를 입히는 고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특히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강력범죄, 성범죄자의 배달대행업체 취업을 제한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관계 부처에 제안하면서, 업자들 사이에서는 “배달 기사들도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등 일반인 아르바이트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여성의 비중이 20%를 웃도는 등 범죄 취약 계층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배달앱은 배달 기사가 콜을 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은 구축하지 않고 있다. 배달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결과 주문 수요 대비 배달 인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고객 블라인드’ 시스템을 도입할 시 배달 지연과 고객 불만, 경쟁사로의 이탈을 맞닥뜨릴 수 있다. 이에 이에 일부 배달 기사들은 소위 ‘진상 고객’ 블랙리스트나 갑질 아파트 명단을 공유하며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huma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