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눌렸던 소비심리, 스프링처럼 상승
해외여행·외출 적어 국내여행상품 ↑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서울’. [연합] |
“아니, 평일 오후인데 조그만 편집숍에도 대기인원이 있네요.”
지난 3월 31일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 ‘나이스웨더’ 매장 앞. 대기번호 38번을 받은 젊은 여성 두 명이 화들짝 놀라며 직원에게 말했다. 10평(약 33㎡) 이하 작은 매장 밖으로 사람들은 줄지어 서 있었다. 해당 매장 외에도 큰 쇼핑백을 든 사람들로 백화점은 붐볐다. 지난 주말(3월 26~28일) 더현대서울을 포함한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50%, 2019년 대비 20.4% 상승했다.
꽃이 만개하듯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터졌다. 백화점의 3월 매출은 지난해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없던 2019년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내 여행 수요는 2019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늘어난 데다 ‘돈 쓸 수 있는 곳’이 한정돼 특정 부문에서 수요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3월 전체 매출(3월 1~21일)은 2019년 대비 29.4%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는 80% 증가했다. 지난해 3월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백화점·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큰 타격을 입은 시기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기저효과(비교 시기에 따라 수치가 부풀려지거나 위축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예년 3월보다 소비가 많은지를 비교하려면 2019년이 더 적합하다.
전반적인 매출은 상승했지만 특정 부문의 ‘소비 쏠림’ 현상은 심해졌다. 같은 기간 여성패션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112.9%로 배 이상 늘었지만 지지난해 대비는 6.4% 역신장해 실적을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코로나19 소비가 크게 늘어난 명품·가전 매출은 2년 연속 크게 상승했다. 명품 매출은 지난해 대비 98.4%, 2019년 대비 81.3%였고, 가전은 2020년 대비 41%, 2019년 대비 26.3% 각각 상승했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보복 소비’ 조짐은 2월 말부터 보였다. 롯데백화점 2월 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37%, 2019년 대비 8% 신장했다. 설 연휴 매출이 포함된 실적임을 고려해도 유의미한 성과라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3월 첫째 주에 2019년 대비 매출이 9% 성장하는 등 계속 신장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공원을 찾은 시민이 벚꽃 구경을 하고 있다. [연합] |
백화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지난해보다 올해 3월에 국내여행상품도, 취미생활용 물건도 더 많이 구매했다. G마켓에 따르면 3월(3월 1~21일) 국내 여행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배 이상(147%) 늘었고, 2019년과 비교했을 때도 83%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펜션 이용권 매출은 2019년 대비 276% 증가해 3배 이상 늘었고, 전년 대비 배 이상(126%) 증가하는 등 높은 실적을 보였다.
취미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살 때는 지갑을 활짝 열었다. 같은 기간 전기자전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고, 전기자전거용품의 경우 객단가가 17% 상승해 구매금액도 소폭 늘었다. 등산객이 늘면서 아웃도어 매출도 늘었다. 롯데백화점 아웃도어 매출은 2월에 전년 대비 41% 늘더니, 3월 첫 주는 104%로 훌쩍 뛰었다.
당분간 특정 상품군에 집중 소비하는 현상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소비심리가 100% 회복했다고 보긴 어렵고, 코로나19 시대에 적응한 소비자들이 그에 맞춰 돈을 쓰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까지 소비 쏠림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