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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 알리는 게임 만들라?” 한복 베끼는 中 게임 황당 기준
뉴스종합| 2021-04-23 15:44
청나라 황실 배경의 게임 속 한복이 등장해 논란을 일으킨 중국산 모바일 게임 ‘후궁의 법칙’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중국 정부가 새로운 게임 허가증(판호) 기준을 발표한 가운데, ‘중국 우수문화 전파 여부’가 포함돼 국내 게임업계가 긴장감을 표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중국 문화를 알리는 요소’가 게임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가뜩이나 중국 진출이 막힌 상황에서 ‘또 하나의 걸림돌’이 생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중국공산당중앙위원회선전부(中宣部)가 '게임 심사 채점 세칙' 문서를 배포하고 새로운 채점 제도를 4월 1일부터 시행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신규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 ‘판호’를 받아야하는데 새로운 기준을 발표한 것이다.

새 기준은 5가지 항목을 점수로 매겨 출시 여부를 판가름한다. 항목은 ▷관념 지향 ▷원조 창작 ▷제작 품질 ▷문화적 의미 ▷개발 정도 5가지다. 각각 최저 0점부터 최고 5점까지 부여된다. 각 항목의 합격 점수는 3점이다. 5개 항목 중 어느 하나라도 0점을 받으면 심사에서 탈락한다.

주목할 항목은 ‘문화적 의미’다. 게임 중 중화 우수 문화를 전파 또는 확산 가능 여부가 여기에 포함된다. 즉, 국내 게임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중국 문화와 관련된 요소를 평가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에선 걱정이 나온다. 최근 한복‧갓 등 문화 공정 논란과 얽혀 자칫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샤이닝니키에서 보듯 한복과 한푸(Hanfu)를 둘러싼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국내 문화 요소를 게임에 드러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복 논란으로 한국 서비스 철수를 결정한 중국 모바일게임 ‘샤이닝니키’

앞서 중국 게임에 등장한 한복‧갓 등 문화를 둘러싼 양국 이용자 간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해에는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국내 출시한 ‘샤이닝니키’에서는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의상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게임에 등장하는 한복을 놓고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 옷’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펴자, 게임사는 중국 네티즌편을 들며 한국 시장에서 아예 철수했다.

이번 신규 판호가 실질적 장벽으로 작용할지 여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중국이 영화와 게임 등 콘텐츠를 통제해왔다는 점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은 해외뿐만 아니라 자국 업체에도 통제를 이어왔다. 2018년 중국 텐센트가 자체 게임 플랫폼 위게임(WEGAME)을 통해 서비스한 ‘몬스터헌터’도 출시 5일 만에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 텐센트는 100여만명에 달하는 게임 구매자에게 전액환불 조치를 해야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사상문화 통제를 노골적으로 명문화한 것”이라며 “영화쪽에서 이어진 규제 흐름이 게임으로 확산됐다”고 평했다.

한편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은 막힌 상황이다. 지난 2017년 3월 이후 중국은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사실상 거부해 왔다. 그러나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약 47조원에 달하는 만큼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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