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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수만큼 골프장 찾은 한국...요금폭증에 멀어진 대중화의 길
엔터테인먼트| 2021-04-27 11:06

통계청이 집계한 2021년의 대한민국 인구는 5182만1669명으로 세계 28위다. 지난해 한국에서 골프 라운드를 한 연인원은 전국 501개 골프장에서 4673만6741명으로 집계됐다. 홀당 골퍼 4776명은 압도적인 세계 1위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장협)가 26일 발표한 이 데이터는 6홀 이상 골프장(18홀 환산 543.7개)까지의 내장객을 포함시켰으나 군 골프장과 미군 골프장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국내에 국군 체력단련장은 모두 34곳에 이르고, 오산과 평택의 미국 골프장에서도 내국인이 치는 것을 감안하면 골프 라운드 수와 인구수는 비슷할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 골프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장협에 따르면 이는 지난 전년도 4170만명보다 503만명 늘어 골퍼 증가율은 무려 12.1%에 달했다.

홀당 평균 내장객(4776명)은 전년도 4391명보다 8.8%가 늘었다. 지난해 신설 골프장이 10여 곳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골프장에 많은 이들이 몰렸다는 의미다. 그 결과 골프장 그린피, 카트비 등 비용은 천정 부지로 올랐다.

지난주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의 영업익은 31.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의 22.5%보다도 9.1% 이상 오른 수치다. 그중에서도 대중제(퍼블릭) 골프장 167개소의 영업 이익률은 40.4%로 2019년(33.2%)보다 무려 7.0% 포인트 상승했고 2009년(39.1%)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장협이 매년 조사하는 골프장 내장객 추이를 보면 한국에서 골프는 근대화를 이룬 ‘한강의 기적’을 뛰어넘는다.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1998년에는 전국에 골프장은 126개소였고 인구는 83만명에 그쳤다.

하지만 이듬해 IMF 위기를 극복하면서 골프장은 141곳에 골프인구 1000만명을 넘어섰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007년에는 골프장 277개소에 인구 2234만명을 돌파했다. 다시 6년만인 2013년에는 460곳 골프장에 3105만명을 돌파하면서 3000만 시대를 열었다.

그로부터 다시 6년만인 2019년에 골프장 494곳에 4170만명을 돌파했다.

골프장의 영업이익은 2011년부터 10년간 10%대의 높은 수익을 꾸준히 냈고, 2019년부터는 더욱 올랐다. 유일하게 한 자릿수 영업 이익을 보였던 해는 2014년이다. 유독 여름 장마가 길었고, 악천후가 많았고, 세월호 참사 등의 국가적인 재난이 집중됐지만 여전히 상승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해외 골프 여행이 완전히 막히면서 골퍼들이 국내 코스로 몰렸고, ‘골린이’, ‘MZ세대’ 등 젊은 층까지 펜데믹에서 안전한 골프장을 찾는 열풍이 불었다. 야구장, 축구장을 찾는 관객은 급격히 줄었어도 골프장은 성황이었다.

‘골프 대중화’의 명목으로 세금 혜택을 받고 있는 대중제 골프장들이 견제장치 없이 이용료를 올리는 행태에 골퍼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한국의 인구에 준하는 내장객이 찾는 골프지만 대중화와는 점차 멀어지는 비싼 스포츠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남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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