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중국산 수산화리튬 등 수입 비중 81%
배터리 원자재 시장서 中 지배력 갈수록 커져
中 자원 매장량 높은 데다 해외 자원개발 확대
배터리 패권경쟁 속 中 원자재 무기화 가능성
미국 등 원자재 수급 다변화로 리스크 줄여야
중국 최대 리튬생산 업체인 톈치(天齊)리튬의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톈치리튬과 수산화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톈치리튬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지난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중국산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두고 한국과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높아지는 대중 원자재 의존도는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중국의 자원 무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소재 수급의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배터리 원료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경우 지난해 중국산 수입 비중이 81.1%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54%를 기록한 이후 줄곧 증가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산화리튬은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많이 쓰이는 소재다. 배터리 용량을 높일 수 있는 니켈과 합성이 용이해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해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 비중이 79.8%에 달할 만큼 리튬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은 견고하다.
이밖에 배터리 제조에 투입되는 산화코발트와 황산망간 역시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여오고 있다. 지난해 수입 비중은 각각 84.4%, 93%로 집계돼 중국 의존도가 이전보다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원자재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필수 원자재의 대부분을 부존자원으로 확보하고 있는 데다 해외 자원개발에도 적극 나서면서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들로서는 핵심 소재를 대부분 중국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중국 최대 리튬생산 업체인 톈치리튬의 자회사 톈치리튬퀴나나(TLK)와 수산화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도 같은 해 중국 간펑리튬에 1.8%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도 2018년 간펑리튬과 수산화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향후 중국이 한국 배터리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배터리 원자재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소재 수급의 다변화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최근 세계 2위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의 SQM으로부터 8년간 5만5000t의 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며 공급처를 확대하고 있다.
김민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미국에서 배터리 원료소재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중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공급처 개발은 중국 집중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