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 10년째 맞지만
서울 55개교 중 33곳서 규제 발견
청소년인권단체들 인권위에 진정 제기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두발·복장의 자유를 인정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0년째를 맞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이달까지 3개월 동안 서울 관내 55개 초·중·고교 학칙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33개 학교에서 여전히 두발·복장을 규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따르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벌점, 생활기록부 부정적 내용 기재 등 불이익을 가하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문제는 체육복 등하교 금지, 펌·염색 금지, 여학생 내의 색깔 규제였다. 정수리 위로 머리를 동그랗게 묶는 ‘똥머리’나 숏컷처럼 여학생의 머 리모양을 구체적으로 규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A여중은 단발머리는 귀밑 10㎝, 긴 머리는 귀밑 35㎝ 이내로 길이를 제한하고, 긴 머리는 항상 머리를 묶도록 하되 장신구 없는 검정색 머리끈만 허용하고 있었다.
[아수나로·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제공] |
B고는 똥머리와 높게 머리를 묶는 포니테일 스타일을 금지하고, 이들 스타일에 각각 3점, 1점의 벌점을 부과하고 있었다. 학교 밖에서 교복을 입고 머리를 풀고 다니다 적발되는 경우에도 벌점 대상이었다.
학생들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속옷 규제가 남아있는 곳도 있었다. C여고는 속옷 위에 흰색 러닝셔츠를 입지 않으면, 속옷 미착용으로 보고 경고를 줬다. 남교사가 교복 상의를 검사해 속옷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모욕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아수나로는 “지난 3월 9일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개정돼 복장을 학교 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게 한 단서 조항이 삭제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학교들은 형식적으로 학생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고 규정을 존치하거나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수나로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이번 조사에서 문제가 상세히 확인된 33개 학교에 대해서는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아수나로 활동가인 여고생 김토끼(17·가명) 양은 “학교가 학생의 복장과 두발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이며,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있지 않다는 증명”이라며 “지겹도록 반복해온 용의 규제 폐지를 실현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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