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盧 추도식 맞춰 與 ‘빅3’ 대선 슬로건 총출동
이재명 “공정한 세상으로 걸어가겠다” 강조
이낙연, 추모 메시지에서 ‘신복지’ 구상 언급
정세균 “검찰, 盧 대통령 정치적 타살” 주장
권양숙 여사 등 참석자들이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2주기에 맞춰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여권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자신의 대선구호를 앞세웠다. 여권 내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공정”을 외쳤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구상을 재확인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타살했다”라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공식 추도식이 엄수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인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참석했다. 둘 모두 전직 국무총리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이날 민주당 ‘빅3’ 중 두 명이 참석한 셈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한 행사 축소에 따라 참석하지 않고 지난 6일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와 함께 봉하마을 묘역을 별도로 찾았다.
추도에 나선 세 대선주자는 모두 노 전 대통령의 구호였던 ‘사람 사는 세상’을 강조하며 추모를 강조했지만, 메시지에는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각자의 대선 구호가 강조됐다. 이 지사는 “그토록 바라고 바라셨던 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의 꿈, 반칙과 특권 없이도 승리할 수 있는 공정한 세상”을 강조하며 “홀로 외로이, 묵묵히 그러나 뚜렷이 물꼬 터주신 그 길로 막중한 책임감 갖고 한발 한발 걸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선을 앞두고 연일 자신의 대선구호인 ‘공정’을 강조하고 있는 이 지사는 이해찬계를 중심으로 친노 핵심을 대거 영입하며 당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추도식 전날인 지난 22일에는 이 지사의 전국조직인 민주평화광장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민주평화광장은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인 조정식 의원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밖에도 이해찬계 의원이 대거 핵심에 포진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이낙연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사람사는 세상’의 꿈을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구호인 ‘신복지’를 강조하는 메시지로, 그는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완화하겠다. 연대와 상생으로 더 믿음직한 공동체를 만들겠다. 지방도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당신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구호를 내세운 전국조직인 ‘신복지 포럼’ 출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대선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은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대표를 맡으며 최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강성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는 정 전 총리는 이번에도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당내 강성 지지층에 호소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SNS 메시지를 통해 “당신을 정치적으로 타살한 세력이 반칙과 특권으로 발호하려 한다”라며 “정치검찰의 검찰 정치, 대한민국의 검찰공화국 전락을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깨어있는 시민과 함께 반칙을 막겠다”라며 “‘사람 사는 세상’은 세상을 바꾸어야만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과 언론이 노 전 대통령을 시해했다”고 주장했던 정 전 총리는 야권 내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연일 비판하며 당내 지지기반을 다지는 모양새다. 전날에도 그는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아니라 검찰조직의 특권을 지키기 위한 검찰총장이었다"라며 "검찰개혁의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권 내 주요 ‘제3후보’들도 일제히 노 전 대통령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노무현재단 상임고문 자격으로 추도식에 참석한 이광재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최근 대권 출마 의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전직 장관 자격으로 추도식에 함께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노 전 대통령님에게 증거도 조작해가며 언론에 흘리고 욕보이기를 했던 검찰이 이명박 BBK 특검에서 꼬리곰탕 한 그릇을 함께 먹은 후 수사를 덮었다”며 검찰을 거듭 비판했다.
방역 제한으로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박용진 의원은 전날 인사동에서 열리는 노 대통령 추모 사진전을 찾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꿈꾸셨던 상식이 통하는 사회,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