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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쩝쩝거리는 소리 너무 짜증 나?”…○○ 의심해야
뉴스종합| 2021-05-25 14:50
[123rf]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직장인 김모(33) 씨는 유난히 음식물을 쩝쩝거리는 소리가 불편하다. 부모가 “입을 다물고 음식물을 씹으라”며 식사예절을 엄하게 가르친 적도 없는데 누군가 쩝쩝거릴 때마다 입맛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머리까지 아플 지경이다. 김씨는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어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이런 반응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더라”며 당혹감을 표했다.

쩝쩝거리며 식사하는 소리, 시계 초침 소리, 풍선껌을 터뜨리는 소리 등 특정 소음에 불편함을 느끼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증상인 ‘미소포니아(청각과민증)’. 미소포니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청각이 아닌, 소리를 인지하는 ‘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일찌감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미소포니아 환자들의 뇌 연결 상태를 직접 확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25일 미국 뉴캐슬대 연구진은 최근 미소포니아 환자의 청각과 운동 뇌 영역 사이에 비정상적인 연결이 이뤄져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신경과학저널에 발표했다.

미소포니아는 특정 소리와 시각적 이미지에 대해 고통받는 청각과민증이다. 이러한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타인이 의도적으로 소리를 낸다고 의심하며, 유발 요소가 사라진 뒤에도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미소포니아는 현재까지 뚜렷한 발병 원인이나 증거에 대한 규명이 부족하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이 소리를 듣게 되면 감정 처리와 관련된 뇌 영역에서 자율신경계가 자극된다는 점에서 2000년부터 신경학적 장애로 간주되고 있다. 미소포니아가 청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장애가 아니란 것이다.

[뉴캐슬대학 자료 캡처]

뉴캐슬대 연구진은 미소포니아 장애를 앓는 사람들의 뇌를 스캔한 결과, 특정 소리를 들었을 때 청각 피질과 운동 조절 영역 사이의 연결성이 소리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민감하자는 점을 발견했다. 미소포니아 환자들의 뇌 연결 상태를 직접적으로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뉴캐슬대 연구진은 지난해 미소포니아를 실제 의학적 질환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미소포니아 환자들과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소리를 들려준 뒤 자기공명영상법(MRI)으로 뇌를 촬영했다.

참가자들은 빗소리나 카페 소음 같은 일반적인 소리부터 미소포니아를 촉발하는 소리(먹는 소리, 숨쉬는 소리 등)를 들었고, 그 결과 미소포니아를 촉발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환자들의 두뇌의 감정 조절 메커니즘에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소리로 인해 두뇌가 과하게 활성화되는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일부 환자는 더 나아가 심박수 증가, 땀흘림과 같은 생리적 반응의 강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뉴캐슬대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미소포니아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기존엔 뇌 건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뇌의 운동 영역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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