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시대는 ‘불확실성’으로 특정 지어진다. 경제·사회·금융·과학·기술 등 인류가 쌓아오고 만들어가는 모든 분야가 발전하고 있는데도 미래를 예측하기는 더욱더 어려운, 복잡하고도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된 것이 불과 몇 년 전인데, 이젠 디지털 혁신, 코로나19 팬데믹을 타고 이젠 우리 생활에서 변화를 실감할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으며, 그 변화의 방향성과 폭은 감히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듯 급변하는 환경은 기술적 진화와 함께 국가, 사회, 개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문제는 그 영향이 어떤 방향인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는 데 있다. 전 세계는 향후 경제 사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대처 방법을 잘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문명적 전환 시대에 부(富)의 이동에서 낙오되는 것이 아닌지 두려워한다. 이미 심해진 부의 양극화 시대에 가진 자는 자신의 부를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가지지 못한 자는 그나마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 속에 주식 투자와 가상자산 투자로 몰리고 있다. 바야흐로 기술과 혁신에 대한 이해, 그리고 통찰력 없이는 국가 사회는 물론 개인도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 사회를 이해하고 예측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과학기술 소양이 필요하다. 물론 바이오·디지털 기술에 대해 무지하다고 당장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기에 부평초가 되지 않으려면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기초소양을 갖추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초소양은 과학에 대한 기초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형성된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 공동체의 과학기술문화라고 할 수 있다. 수준 있는 과학기술문화는 기술 발전이 가져올 편익과 이슈에 대해 합리적 담론이 가능하고, 이를 토대로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 지향적 과학기술 혁신 방향을 결정한다. 또 이를 추진하기 위해 국가적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지지 기반이 되기도 한다.
올해 우리나라 연구·개발(R&D) 투자액이 1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1995년 100억달러(11조원)에서 25년 만에 거의 10배 가까이 늘었다. GDP의 4%(세계 2위, 2019년)를 투자하고 있는 과학기술강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에 걸맞은 과학기술문화를 가졌는지는 의문이다. 정부 R&D 예산 20조원 시대에 과학기술문화 투자 규모에 대한 기초 분석도 시행된 바가 없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우려를 불식하고,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사회·문화·윤리적 측면에 대한 통찰력 있는 사회적 이해와 합리적 지지 기반이 될 수 있는 과학기술문화 형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