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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선수와 경쟁한 미켈슨의 노력들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엔터테인먼트| 2021-06-01 11:41

필 미켈슨(51)은 지난 주 최고령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썼다. 트러블 상황 속에서도 진기명기급 샷을 선보이며 버디, 파 세이브를 잡아내는 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지금도 한 라운드에 몇번씩 그의 빛나는 숏게임을 볼 수 있었지만, 올시즌 그는 원하는 스코어를 만들 수 없었다. 미켈슨은 시즌 내내 탑10에 단 한번도 들지 못했다. 컷탈락도 6차례나 기록했다.

미켈슨은 본인의 문제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18홀을 치는 중간에 갑자기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 최경주도 비슷한 말을 했다. 여전히 샷 감각이 살아있고, 흐름을 잘 타다가도, 꼭 한번씩 생각지도 못했던, 말도 안되는 샷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어니 엘스나 다른 나이든 선수들도 같은 경험을 말하더라고 한 적이 있다.

20~30대의 힘과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선수들은 끓어오르는 열정으로 실망감이나 분노감 같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시합을 망치기도 한다. 그와는 다르게 나이가 들면 연륜과 경험이 쌓이고, 쉽게 화가 나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을 잘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러나,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겠지만,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집중력 저하는 쉽게 고쳐질 수 없다.

미켈슨은 집중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에 36홀, 45홀을 플레이했다고 말했다. 모든 샷에 집중력을 잃지 않는 걸 연습하면서 일부러 많이 플레이 했다. 18홀 라운드를 할 때 집중하는 것이 쉽게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명상을 통해 집중력도 근육처럼 키을 수 있다고 믿고, 매번 공을 치기 전에 확실하고 ,정확하게 샷을 그리는 것을 연습했다.

미켈슨에게 동기 부여를 준 또 하나는 바로 정상급 젊은 선수들과의 연습이었다. 필 미켈슨은 특별히 같은 샌디에고에 살고 있는 젠더 쇼플리와의 라운드 얘기를 헀다.

그가 약 1년 전에 쇼플리와 함께 라운드를 하는데 토리 파인스 골프장에서 그가 64타를 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번 더 같이 치자고 했더니 다음에는 63타, 그 다음에는 62타를 쳤다고 했다. 그 라운드에서 필 미켈슨이 220야드 파3를 1.2미터에 붙였는데, 젠더는 홀인원을 했다고 한다.

“젠더는 차분하게 경기를 만들어 나갔다. 힘을 들이거나 굳이 이기려고 세게 치지 않았다. 꼭 필요한 상황에만 힘을 들여 샷을 했다. 그의 아이언샷은 항상 핀 뒤쪽, 가까운 곳에 붙었다.” 최정상급 선수들의 경기력은 미켈슨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켰고, 그는 자신이 그 위치에 가기 위해 우승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했다.

미켈슨은 시즌 내내 계속 성적이 안 좋았지만, 자신의 경기력 만큼 스코어가 안 나올 뿐이라며 계속 거의 다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었지만, 그걸 시합장에서 증명할 수 없었기에 또한 우승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고 한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도 끝도 없는 나락과 좌절을 경험한다. 마지막 홀에서 보기나 더블보기를 쏟아내며 한 타 차로 예선을 탈락할 때 오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올해 유독 미켈슨은 그런 적이 많았다. 그걸 극복하고, 모두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메이저 대회를 우승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미켈슨은 현실적으로 이번이 마지막 우승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멘탈을 강하게 잘 지킬 수 있으면 다음 US오픈에서도 잘 칠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과연 그는 앞으로 몇 승을 더 할 수 있을까.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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