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경력·전문성 없는 감리자, 사업 개입 조폭은 5·18 유공자…광주 참사 미스터리
뉴스종합| 2021-06-16 19:45
지난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연합뉴스]

[헤럴드경제]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가 굴착기 기사에 이어 공사 감리자에 대해서도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에 힘을 받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경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감리자가 대규모 공사를 맡게 된 것과 사업에 개입한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이 유공자 자격을 얻게 된 것 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6일 철거 공사의 감리 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건축물관리법 위반)로 건축사무소 대표 A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철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안전 점검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현장 점검 뒤 작성해야 하는 감리일지 등을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경찰 조사가 진행될수록 사업 전반에서 여러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공사를 경력 없는 감리자에 맡겨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A씨는 1995년 건축사 면허증을 취득했지만 대한건축사협회가 시행하는 건축물 해체공사 감리자 교육은 지난해 4월에야 수료했다. 이후 감리자로서 이렇다할 경력을 쌓은 바가 없다.

경찰은 감리자로서 경력이 없는 A씨가 대규모 철거 공사를 맡게 된 선정 과정에 대해서도 위법성 여부를 수사중이다. 이번 철거공사 감리자는 광주시가 구성한 인력풀 내에서 동구가 선정했고, 재개발사업 조합이 계약을 완료했다.

사업에 개입한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의 유공자 인정 과정도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 전 회장은 이번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에 개입한 의혹을 받자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는 1987년 결성된 신양오비(OB)파에서 행동대장에 이어 부두목까지 맡았다. 2007년에는 재개발·재건축 대행업체인 미래로개발을 차려 각종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관여하며 이권을 챙겨오기도 했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재개발 사업에도 관여해 업체 선정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확인됐다.

사업 개입 의혹에 지난 13일 해외로 도피한 문 전 회장을 두고 일각에서는 5·18 유공자로 인정받은 과정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2015년 제7차 광주시 5·18 보상심의위원회에서 14등급 부상자로 인정돼 5·18 유공자가 됐다. 그는 평소 주변에 “시위하는 것을 구경하러 나갔다가 계엄군에게 끌려가 구타 등을 당했다”고 주장해왔으나 2004년과 2006년 두 차례의 보상심의에서는 탈락했다 7차에서야 인정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공자 인정도 특별한 증거 없이 증인으로만 인정하는 ‘인우 보증’ 방식으로 이뤄졌다.

광주시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문 전 회장이 유공자로 인정된 경위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5· 18 유공자 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사과문을 내고 “단체의 이름으로 스스로 자정 운동을 벌이겠다”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임원에 선임되지 못하도록 임원 자격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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