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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로 월 천만원 수입” 전설의 배달맨 실태 보니
뉴스종합| 2021-06-18 18:44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억대 연봉 배달 라이더’가 업계에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일부 배달기사들이 하루 50만원 이상 수익을 내고 그 내역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인증’하면서, 단순히 계산하면 월 1500만원까지도 벌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음식 배달로 월 1000만원 이상 버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진짜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실제 있다.

최근 국내 한 대형 배달대행사가 프로그램에 등록된 배달기사의 수익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월 1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린 배달 기사는 실제로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3명에 그쳤고, 이는 전체 배달기사의 0.01%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123rf, 망고보드]

이들의 근무 강도는 어떨까. 우선 근무한 날은 월평균 30일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배달했다는 의미다. 배달 수행 건수 또한 월 평균 3133건에 이르는데, 하루에 100건 이상 수행한 셈이다. 운이 좋아 한 번 움직일 때 세 집의 음식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그렇게 한 시간에 9~10개 배달을 처리한다고 가정해도 하루에 11시간은 근무해야 한다. 1주일로 환산하면 주 77시간의 노동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배달 플랫폼에서 억대 연봉을 수령하는 라이더가 다수 나오고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프로모션 강도가 낮아지면서 업계의 수익은 평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체로 넓혀 살펴봐도 월 1000만원 이상 벌어들이는 라이더는 10~20여명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는 300만~400만원 소득 구간에 포함된 배달 기사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한 건당 배달 기사가 3000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1000~1300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이는 숙련된 배달 기사가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할 때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다.

억대 연봉까지는 아니지만, 배달 기사들의 소득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배달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서비스 질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이에 호응하기 위해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기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주목되는 것은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의 ‘단건배달’ 서비스 경쟁이다. 쿠팡이츠는 지난 2019년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한 번에 여러 집을 묶어 배달하던 기존 경쟁사 시스템과 비교해 더 많은 기사를 확보해야 했고,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배달 수요 급증과 맞물려 업계 전반적인 배달 기사 부족 문제로 이어졌다.

쿠팡이츠가 지난달 신규 배달기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모션. [알바천국 공고 캡처]

최근에는 배달의민족도 ‘배민1(one)’이라는 이름으로 단건배달에 나서면서 기사들의 몸값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쿠팡은 일주일에 130건 이상 배달을 처리하는 등 요건을 충족한 배달 기사에게는 한달 간 최대 1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프로모션을 내걸기도 했다.

이륜차 기사들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비단 배달업계 뿐만이 아니다. 카카오가 준비하고 있는 퀵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다음달 출시될 카카오퀵은 쿠팡이츠나 배달의민족과 달리 여러 건을 묶어 배달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초 배송기사 사전 모집을 시작하자마자 1주일 만에 1만명의 등록이 이뤄지는 등 이륜차 기사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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