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당
윤석열, 反정권·보수 선명성 ‘각인’...‘비전·화법’ 약점도 노출
뉴스종합| 2021-06-30 11:36
전날 대선출마 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정치인 윤석열’의 데뷔전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메시지 강도는 매우 날카로웠지만, 정치인이자 대권주자로서 윤석열만의 비전 제시와 준비는 상당히 빈약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이 지난 29일 출사표에서 던진 ‘반(反)문재인’ 메시지가 매우 선명했다는 것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그가 이날 읽어내린 출마선언문에는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과 부패한 이권 카르텔”,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여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 등의 강도높은 메시지가 담겼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그동안 본인이 꾹꾹 눌러 참아왔던 분노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거에 터뜨린 듯한 느낌”이라며 “앞으로 자신이 반문재인의 선봉에 서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직설화법으로 아주 강력하게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국민약탈, 권력의 사유화, 이권 카르텔 등 한국의 병폐를 3개로 정리했다”며 “이들이 추구하는 바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 전제와 독재로 가려는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선 공정과 상식 되찾자는 메시지가 명쾌했다”고 호평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가 너무 강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인도 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으로 한때나마 현 정부에 몸담았기 때문에 정부를 매우 강도높게 비판한 것의 역풍이 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고,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아무리 선거에 나오는 정당성을 설득하려 한다해도 자신을 임명해준 정부에 존중이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윤석열의 것’이 없었다는 혹평도 나왔다. 본인의 비전이나 국정운영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준비 부족’과도 맞닿아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자기 구상 얘기하는 건데 ‘왜 정치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 실망스러웠다”며 “윤석열이 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봐야하는데, 그냥 ‘반문연대’라면 정치의식 자체가 아주 낡은 인식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교수도 “경제나 외교 등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선 굉장히 준비가 덜 돼있구나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공정에 대한 질문에도 정책 이야기는 없었다”며 “미래 비전을 갖고 출마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린 데 대한 반발심으로 정치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전과 다른 ‘모호한 화법’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재묵 교수는 “정권교체를 하자고는 하는데 본인을 중심으로 지지해달라든지 국민의힘에 언제쯤 입당하겠다든지 등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고 꼬집었고, 박상병 평론가도 “대선이 2~3년 남은 게 아니라 9개월도 안 남았다. 국민들이 듣고싶어하는 자신의 정치로드맵을 보여줘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진 원장은 “국정운영능력은 단기간에 되지 않고 공부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라며 “국정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전문가 그룹, 특히 경제 전문가들을 얼마나 확보하고 함께 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느냐가 앞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인으로서의 ‘태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박 평론가는 “질의응답 중 ‘지난번에 이야기한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했는데 어투나 이런 것들이 정치인하고는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고, 이재묵 교수는 “인기가 많은 유명인 느낌이었지 프로페셔널하고 무게감 있는 정치인의 느낌은 덜했다. 정치권에서 활동한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가 시험대”라고 내다봤다.

반면 황 평론가는 “고개를 도리도리했다든지 불안했다는 건 헐뜯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며 “며느리가 미우면 며느리 뒷 발꿈치가 달걀같이 동그랗게 예뻐서 밉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배두헌·이원율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