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라이프칼럼] 기억이 머무르는 병, 치매
뉴스종합| 2021-07-27 11:28

70대 희자는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혼자서 잘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잠을 자다 일어나 새벽 외출이 잦아졌다. 평소 식사를 하는 횟수도 늘었다. 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희자가 이 모든 행위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족과 주변 지인들이 병세를 알아차리고 희자 곁을 떠나지 못하자 자신이 치매임을 알아차린 희자가 조용히 요양원 견학을 핑계 삼아 자진 입소하는 장면에서 결국 안타까운 눈물이 터지고야 말았다. 오래전에 종영한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의 주인공 중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치매는 만성적 또는 진행성 뇌질환에 의한 증후군으로 기억, 사고, 지남력, 이해력, 계산, 학습능력, 언어능력, 판단력 등 다중의 고차 피질 기능의 장애로 나타난다. 이러한 전문적 내용이 아니더라도 필자는 치매를 ‘기억이 머무르는 병’이라고 설명한다. 65세 이상 생물학적 연령에 맞지 않는 다섯 살 수준의 판단 혹은 세 살 수준의 일상생활능력 등은 그때 그 나이로 돌아가 그 기능밖에 하지 못하도록 기억이 멈춰 버리는 것이다.

치매에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고 있고 그 외에도 혈관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이 있다. 그 원인으로 70가지 이상의 질환이 알려진 만큼 정확한 원인을 언급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또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조기 발견 후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진다면 10~15% 정도가 가역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소위 건망증과 치매는 엄연히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 판단해야 하며 치매 자가 진단을 통해 스스로 평가 후 전문가의 조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건망증은 일상생활에서 사소하고 세세한 부분을 잊어버린 경우가 많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 부분이 자연적으로 기억난다는 점에서 치매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증상이 쉽게 악화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평소 건망증상으로 치매를 의심한다면 다음의 치매 자가 진단 체크 리스트를 참고해 평소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보고 6개 이상 체크될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을 꼭 받아보시길 권한다.

▷며칠 전 들었던 이야기를 잊는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약속을 하고 잊은 때가 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할 때가 있다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그냥 올 때가 있다 ▷내가 놔둔 물건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오늘 날짜, 무슨 요일인지 잘 모른다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사물(사람)의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가스불을 끄지 않은 적이 있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위 내용은 자가 진단용 문항이다.

혹자는 문제 내용을 과대 해석하거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응답한 후 본인이 치매라고 스스로 진단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그 즉시 전문가의 정확한 평가와 검사를 받는 것이 우선순위다.

자치구별로 치매안심센터, 보건소(지소)에서 치매 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니 병원 문턱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면 가까운 동사무소, 보건소 등을 찾아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김은성 호남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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