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위드 코로나 “짧고 굵게 아닌 길고 가늘게” [손인규의 현장에서]
뉴스종합| 2021-08-09 11:31

“올해 초 백신접종이 시작될까지만 해도 9월까지만 참아보자 했죠. 그런데 지금은 큰 기대 안 합니다. 백신 맞아도 마스크 쓰고 방역수칙 지키면서 가끔 사람들 만나면서 지내는 법에 익숙해져야겠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 년 넘게 못 본 한 지인과 점심을 했다. 처음에는 ‘코로나19 끝나면 보자’였다가 다음에는 ‘확진자 좀 줄면 보자’로 바뀌었다. 그러다 ‘백신 맞고 만나자’까지로 양보(?)했는데 결국 그 시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우리는 조심스레 조우했다. 만나기 전에는 지금 상황에 만나도 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서로 마스크 쓴 채 대화하고 개인용 식판에 나오는 메뉴로 식사를 하고 나니 ‘왜 이렇게 별것 아닌 일을 굳이 미루려고 했나’는 생각까지 들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7일 이후 9일까지 34일째 1000명 이상씩 나오며 4차 대유행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정부의 수도권 4단계 조치가 4주나 이어지고 있는데도 어제는 주말 확진자 수가 또다시 최대치를 경신하며 확산세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증가할 조짐이다. 이미 국내 누적 확진자는 20만명을 넘었고, 델타 변이 확산에 이어 델타 플러스 변이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점점 어려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제 확산세는 수도권을 넘어 비수도권까지 퍼지며 이제는 어디도 코로나19를 안심할 수 있는 장소가 없게 됐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는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비율이 40%,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비율은 아직 15%에 그치고 있다. 접종 완료 비율은 OECD 국가 중 꼴찌에 해당할 만큼 백신 접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일 현행 거리두기를 22일까지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앞선 4주에 이어 앞으로도 최소 2주 동안 수도권에서는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는 의미다. 비수도권도 3단계가 재연장됐고 대전, 부산 등 확산세가 거센 지역은 4단계까지 올린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의 확산세를 봤을 때 2주 뒤에도 재연장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한 방역 전문가가 “현실적으로 지금의 4단계로는 확산세를 꺾을 수 없다. 이러다 야간 통행금지와 같은 극약처방도 고려해 봐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처럼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악화돼 가고만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수도권 4단계 조치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짧고 굵게 끝낼 수만 있다면 일상의 복귀를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4단계 조치는 결국 짧지도 못했고 굵지도 못한 실패의 결과로 남았다.

이제 사람들은 올해 초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품었던 희망과 달리 ‘위드 코로나’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까지는 못하더라도 ‘피할 수 없다면 적응하며 살아라’라는 게 지금 시기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정말 독감처럼 종식되지 않고 계속 우리와 함께 간다면 우리는 ‘짧고 굵게’가 아닌 ‘가늘고 길게’ 코로나19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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