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IT과학칼럼] 시장중심 ICT사업화 강화
뉴스종합| 2021-08-12 12:27

우리나라 연구·개발(R&D) 과제 성공률은 97.8%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주로 나오는 이야기는 R&D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부족한 것이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만약 R&D 결과물이 제품이나 서비스로 출시돼 실제 국민생활 속에서 더 많이 활용되거나 접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R&D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돼왔지만 사업화 성공률은 과거나 최근이나 50%대 초반으로, 선진국의 70%대에 비해 낮은 편이다.

ICT 강국으로 계속 자리 잡을 수 있도록 1차적인 목표는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 기업들의 혁신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하고 활발히 이용될 수 있게 힘써야 한다. 기업에서 사업화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기술경쟁력도 아니고 자금 부족도 아닌 ‘시장에 대한 수요 파악 및 반영’ 부족이라고 한다. 시장의 불확실성, 정보 부족 등으로 이유로 사업화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 계획 수립부터 개발된 기술의 적용, 시제품 제작과 출시품 생산 등 단계마다 시장 상황과 별개로 움직여서는 사업화 성공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업화가 잘되게 하려면 우선 시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R&D를 지원하는 응용 기술 개발 분야는 개발된 기술이 실제 관련 산업과 시장에서 수요가 있고 활발히 이용될 때 비로소 사업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술 개발 완료 후 바로 사업화’에 초점을 맞춰 상시 시장조사 지원, 전문가 참여 등 기업의 기술사업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차세대 인공지능(AI), 6G 통신 등과 같이 오랜 축적 시간이 필요한 원천기술 개발 분야와는 방식을 달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업화를 지원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시장조사 등 여력이 부족한 기업을 위해 R&D 수행 전 주기 동안 시장의 변화와 수요를 상시적으로 예측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언제라도 기술 개발과 사업화 계획 등에 적극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이나 연구소에 잠자고 있는 기술을 산업계로의 이관을 활성화하기 위해 연구기관이 개발한 ICT 혁신기술을 기업에 공급해 신속하게 사업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한 개발된 우수 기술들이 사장되지 않도록 기술 수요자와 공급자 간 연결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당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 간 기술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기업 지원 관련한 정부 사업 간 연계를 통해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사업화, 판로 개척, 마케팅 등 전 주기적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대기업·금융권 등 민간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도 적극적으로 중개해 기업들이 원하는 영역을 보완해나간다면 정부 지원의 한계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오랜 시간 운전하지 않으면 ‘장롱면허’가 되듯이 개발된 신기술 또한 활용되지 않으면 ‘장롱기술’이 될 수 있다. 실제 서비스에 사용되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시장 확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ICT 기업이 이러한 정부 정책과 지원을 잘 활용해 R&D 결과물에 대해 사업화를 열심히 하고 성장할 때 세계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이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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