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당
‘감시기능 족쇄’ 언론중재법...기준 모호, 소송 남발 우려 [언론중재법 폭거]
뉴스종합| 2021-08-20 11:36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하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날 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이상섭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이 도마에 올랐다. 언론 감시 기능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고 허위·조작보도라는 규정이 모호해 소송 남발 우려도 제기된다. 중과실 사례로 포함된 시각자료 삽입 조항은 결국 ‘조국 전 법무무장관 한풀이용’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언론중재법의 핵심은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론사가 부담토록 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의 책임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일견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꼼꼼히 따져보면 독소조항이 산적해 있다. 기존 법체계와 상충하고, ‘기사 삭제(열람차단청구권)’가 손쉬워지며 허위·조작보도 규정이 모호해 소송 남발로 인한 보도 위축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개정안은 언론중재법을 근거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을 사인으로 규정했다. 이 법이 시행중이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갔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사태’에서 최 씨는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를 차단할 수 있는 청구권을 가지게 된다. 최대 5배의 피해액을 배상하라는 징벌적 손배소도 언론사에 제기할 수 있다. 또 청구권자에서 배제된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들의 주변인들은 ‘사인’ 자격으로 언론사를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할 수 있다.

수정안은 또 공익침해행위나 금품수수사건, 공적 관심사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의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역시 규정이 모호하다. 대중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는다, 또는 된다는 점을 누가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최종 판단은 판사가 하게 될 공산이 큰데 이럴 경우 고소 남발 우려가 크다.

개정안에 포함된 표현 역시 모호한 것이 다수다. 고의·중과실 사례로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하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하거나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른 제목·시각자료를 삽입 또는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를 적시했다. ‘보복적’, ‘회복하기 어려운’, ‘충분한 검증’ 등은 모두 해석이 필요한 용어로 법률안에 포함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사의 제목과 시각자료가 다르다는 특칙이 개정안에 포함된 것은 조 전 장관의 딸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통상 법률안은 포괄적·일반적 내용을 규정하고 하위 시행령·조례에서 세부안을 적시하는데, 지엽적인 삽화·시각자료 문제를 법안에 담은 것은 조 전 장관 한풀이용으로 법안이 추진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개정안에 포함된 열람차단청구권 신설도 악용 소지가 다분하다. 이 권한은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기사에 대한 열람차단을 할 수 있는 권리인데 요건이 상대적으로 느슨해 비판보도·고발보도 대상자가 이를 악용해 기사를 읽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요인이 다분하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보수매체가 못마땅해 찬성한다는 분이 있다면 뒤집어 생각할 필요도 있다”며 “‘개혁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첫 수사대상이 조희연 교육감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제도를 만들었더니 오히려 우리가 생각하는 효과와 정반대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개정안을 법사위에 상정하고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가결시키겠다는 의지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