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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징역 1년 구형…‘박원순 피해자 신상공개’ 주부 눈물
뉴스종합| 2021-08-23 17:07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생전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신상을 온라인에서 공개해 성폭력 처벌법 위반 혐의(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등)를 받는 주부 최모(47) 씨에게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2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손정연 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의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전달력이 큰 (온라인)매체를 통해 신상을 직접 게재해 피해자 A씨가 개명까지 해야 했다”며 “이 과정에서 A씨가 겪었을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2차 가해’에 대해 엄벌로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최씨는 이날 울면서 “만약 이 행동이 이렇게 잘못된 일인 줄 알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존경하는 분(박 전 시장)이 돌아가시고 오빠가 갑자기 사망하는 등 저에게 너무 힘든 상황에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최씨 측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최씨 측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해 (가족의 사망 등으로)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 저지른 점을 이해해 달라”며 “당시 A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A씨 측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슈화가 돼 국민들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A씨 측 김재련 변호사는 법정에서 “징역형 실형 선고를 요청한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는 30년 이상 사용했던 삶의 표식인 이름을 바꿔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고 엄벌을 촉구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엄벌하지 않으면 수많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에게 ‘목소리를 내면 만신창이가 된다’는 신호와 함께 재갈을 물리는 게 되는 것은 물론 권력자를 추종하는 지지자들에게 (피의자 신상공개가)벌금 몇 백(만원) 내면 그만인 일로 인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이날 재판에서 변호사를 통해 “신고자의 신상을 보호해 주는 우리나라 법을 믿고 가명으로 조사를 받았다”며 “그런 법을 무시하고 제 삶을 망가뜨린 행위를 엄벌해 달라. 가명 조사를 받은 이의 신상이 공개됐는데 처벌되지 않으면 누가 이 제도를 믿을 수 있나”며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 변호사는 “‘미안하다. 고통받았다면 사과한다’고 계속 얘기했는데도 A씨 측은 ‘(사과를)안 했다’고 한다. 피해자 측 변호사가 알려주면 사과 전화할 용의는 있다”며 “법원의 판단을 담담하게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또 “A씨가 이름을 바꾼 것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A씨를 사회에서 숨어 살게 만든 사람은 사실을 허위 왜곡한 A씨의 변호사들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재판 전 헤럴드경제와 만나 “A씨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신고한 피해자인데도 이렇게 실명 공개로 인한 피해가 끔찍하다”면서 “A씨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원래 자기 이름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등에 A씨의 실명과 구체적인 소속을 공개한 혐의로 올해 6월 말 불구속기소됐다. 해당 SNS는 박 전 시장의 지지자가 1000명 이상 참여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신상을 공개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명불상자 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수사 결과 성명불상자 2명은 동일 인물인 최씨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올해 3월 최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보완수사 끝에 최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에 대한 선고 기일은 9월 9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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