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정의당·김동연 등 3지대도 대선판 참전
아직은 영향력 미미… 양당 박빙 전망시 ‘캐스팅 보트’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당 경선 과정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3지대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 되고 있다. 범여권으로 묶여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내부 자성 목소리가 높은 정의당 후보들은 ‘끝까지 완주’ 의지를 밝히고 나섰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추석 이후’를 기약하며 대선 참전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시대정신 조정훈 의원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지지 선언으로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철수 행보?=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에 예비후보 등록을 신청한 인원은 모두 19명이다. 정당별로 따져보면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낙연·정세균·추미애·김두관 등 4명이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유승민·황교안·최재형·원희룡·홍준표 등 모두 8명이 예비후보 등록 신청을 했다. 진보당에선 김재연 전 의원이 대선 예비 후보 등록을 마쳤다. 무소속으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최대집 전 대한의협 회장 등 모두 6명이 후보 등록을 해둔 상태다.
민주당 경선 절차를 밟고 있는 이재명 경기 지사와 박용진 의원은 아직 예비후보 등록 신청을 하지 않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경선 사퇴를 선언했지만 아직 선관위에는 예비후보로 등록이 돼 있다. 경선 절차를 진행중인 정의당에선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한 인사가 없다.
대선에서 3지대 인물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역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출마 여부다. 안 대표는 지난 2017년 치러진 19대 대선에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출마해 21.41%의 비교적 높은 득표를 거둬들였다. 19대 대선 득표율은 문재인(41.08%), 홍준표(24.03%), 안철수(21.41%), 유승민(6.76%), 심상정(6.17%) 등이다. 안 대표는 지난 18대 대선에선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중도 사퇴를 선언했다.
관건은 20대 대선의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양분하는 양당 체제 하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데 안 대표가 독자적으로 대선 출마를 할지, 또는 이미 한차례 결렬로 막이 내린 국민의힘·국민의당 통합 시도를 다시 할지다. 안 대표 측근들의 경우 독자 출마 요청이 거센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안 대표가 출마할 경우 야권표 잠식 가능성 탓에 ‘정권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점이 안 대표가 고민 하는 지점이다.
안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는 국민 여러분께 정권교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다”며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더 좋은 대한민국을 위해 저 안철수가 무엇을 해야 할지 당원과 국민 여러분의 고견을 충분히 듣고 수렴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추석 이후’에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다.
정의당 김윤기, 심상정, 황순식, 이정미 대선 경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구 살리고, 사람 살리는 한가위' 정의당-대선후보 추석 합동인사에서 여영국 대표가 선물한 운동화를 신고 열심히 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의당도 경선 시동= 정의당 역시 경선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정의당 대선 후보는 김윤기 전 부대표, 심상정 의원, 이정미 전 대표, 황순식 경기도당위원장 등 4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인다. 일단 경선에서 가장 앞서가는 인물은 역시 심 의원이다. 이 때문에 심 의원을 향한 공세가 가장 거세다. 심 의원은 기득권 양당 정치 타파를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후보들은 심 의원이 당내 기득권 세력이라 며 공세를 펴고 있다.
정의당 경선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모든 후보들이 ‘완주’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의당 내에선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이 거셌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과 정의당 정책이 많은 부분이 겹치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들러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심 의원이 ‘김동연과 공조’ 가능성을 언급하자 당장 김 전 부대표가 ‘민주당 2중대라는 멸칭을 받게 된 원인’이라 쏘아 붙이고 나섰다.
심 의원이 토론회에서 “34년 묵은 양당체제 불판을 갈아야 한다”고 발언하자 이정미 전 대표가 “심상정 불판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의당 경선 역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의당 경선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정의당의 경우 지난해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9.67%(270만표)에 이르는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의당에 표를 던지는 고정 지지층이 국민 10명 가운데 1명은 있고, 이 때문에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설 경우 19대 대선에서 심상정 당시 후보가 받은 지지율(6%)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끌어낼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여야 양당 체제로 박빙 차 승부가 예상될 경우 정의당 득표율은 ‘될사람 찍자’ 심리로 인해 더 낮아질 공산도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16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마련된 고 조용기 목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잠행’ 김동연… 너무 늦었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대선 출마도 3지대 변수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8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기득권 공화국을 기회 공화국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진행한 ‘새로운 10년, 조용한 혁명’이란 제목의 대선 출마선언식에서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 거주 이력 ▲상업고등학교 졸업 ▲직장 생활과 야간대 수강 병행 등 소위 ‘흙수저 출신’을 강조하면서 “가난한 사람, 덜 배운 사람,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내 안에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김 전 부총리의 경우 지지율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김 전 부총리의 지지율은 여론 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2%~3% 안팎에 머물고 있다. 김 전 부총리의 취약점은 낮은 인지도다. 소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인품과 스토리, 전문성·식견 등에서 꽤 괜찮은 인물로 평가 되지만 대중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약점이다.
김 전 부총리는 3지대 인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인사다. 원내정당인 시대전환 대표를 맡고 있는 조정훈 의원은 지난 16일 돌연 김 전 부총리를 공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시대전환은 이번 대선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출마를 지지하고 최종 승리를 위해 함께할 것임을 선언한다”며 “이념과 진영의 틀에 갇혀 있는 지금의 여야 거대 정당의 기득권 대결 구조로는 더 이상 오늘날의 위기를 돌파할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부총리 측은 시대전환을 포함해 뜻을 함께하는 모든 세력과 연합을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7일 오후 부산 수영구 아쿠아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공정교육포럼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3지대… 여야, 박빙 때 ‘변수’= 3지대 변수는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주도로 치러지는 20대 대선판에선 아직은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관측이 많다. 일단 야당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는 안 대표의 출마 여부가 아직은 미정인 상태고, 여당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는 정의당 대선 후보의 완주 여부도 양당 대선 구도의 하위 변수로 꼽힌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정의당이든 안철수든 5% 내외의 고정 지지층이 있다. 지난 19대 대선에선 심상정 후보가 6%, 유승민 후보는 7% 정도를 받았다”며 “민주당-국민의힘 1:1 구도로 가게되면 정말 1%가 아쉬운 상황이 된다. 그럴 경우 단일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계속 직을 지키는 한 안 대표와의 합당이나 단일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야에 각각 표를 잠식할 요인이 있기에 결과적으론 3지대 존재감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1당과 2당이 박빙일때는 영향미칠 수 있다. 그런데 김동연 후보와 정의당 후보의 표가 안철수의 득표력과 비슷비슷하다. 플러스 마이너스가 비슷하게 유지되는 것이 현재의 분위기다”며 “박빙의 순간이 아니면 선거에 그다지 영향미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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