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살 현장서 탈출 주민 “시신 55구까지 셌다”
에티오피아 내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학살 현장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목격담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에티오피아 정부군 병사들이 북비 지역의 훈련장에서 기관총 사격 훈련을 하는 장면. [AFP]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내전이 10개월간 이어지면서 정부군과 지역 민병대, 이웃 나라 동맹군 잔혹 행위에 이어 이들과 맞서는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 반군의 학살 현장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현장 상황을 생생히 전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티그라이 남부 암하라주에 있는 고향 마을을 탈출한 한 남성은 거리에 흩어진 55구의 시신 사이를 헤치고 도망쳐 나왔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또 한 주민은 20여명의 남성이 자신의 바로 앞에서 반군에 사살됐다고 밝혔다. 다른 주민은 티그라이 군대가 집마다 방문해 남자와 10대 소년들을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이 암하라 코보 타운에서 겪은 이 사건은 TPLF군이 에티오피아 정부에 내전을 끝내고 티그라이 지역 봉쇄를 해제하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는 암하라에서 벌어진 가장 광범위한 살육 행위 중 하나로 사망자는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내전은 이제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됐는지, 희생자가 전투원인지 민간인인지 그 경계마저 흐려지고 있다.
학살이 벌어질 당시 코보에 있던 목격자 12명 이상과 그곳에 가족이 있는 다른 피난민은 언론에 전투가 이달 9일 시작됐고 민간인에 대해서도 공격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여러 부상자에게 응급처치를 한 의료 종사자는 TPLF군이 9일 코보에서 철수했다가 몇 시간 후 지역 민병대가 탄약이 떨어져 퇴각하자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보복이 두렵다며 익명을 전제로 “그리고 살육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TPFL은 27년간 에티오피아를 통치한 독재 정권을 이끌다 2018년 집권한 아비 아머드 총리 정권에서 소외됐다. 이후 양측 간 정치적 갈등이 내전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수천명이 숨졌다.
반면 게타추 레다 TPFL 대변인은 “코보 학살 목격담은 누군가의 상상에 불과하다”며 “그들(주민들)이 공격해 우리 군대는 반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암하라 주민 멩게샤는 마을에서 탈출하며 거리에서 시신을 55구까지 세었다고 전했다.
농부인 비르하누는 9일 자신과 그의 친구가 집으로 걸어가던 중 남성 20여명과 함께 체포됐으며 이들이 자신들 앞에서 총살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까스로 도망쳤지만 날아온 총탄에 오른손 손가락 두 개가 절단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인 몰라는 “(TPLF군은) 특히 남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사들은 우는 어머니 앞에서 자식을 끌어내 죽였다. 그들은 내 삼촌과 그의 사위를 문 앞에서 사살했다”고 말했다.
주민 아예네는 전사들이 형제 3명을 집에서 끌어내 거리에서 다른 4명과 함께 총을 쏴 죽이는 것을 창문으로 지켜봤다고 말했다.
상점 점원인 테스파예는 집 안에 몸을 숨기고 총격이 멈추자 시신 50구를 세었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