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매출 급락한 레스토랑
위기 모면하고자 기발한 아이디어 총출동
새로운 메뉴 개발, 서비스 확대, 공간의 다양화
(왼쪽부터) 금박으로 덮인 UAE 내 레스토랑 스테이크(한화 약 24만 원), 비다 파오 금박 패티 햄버거(한화 약 3만 1000원) [인스타그램,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난에 처한 전 세계 레스토랑들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달라져야 한다’라는 인식은 소비자 관심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목적 뿐 아니라 기존에는 시도해보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꺼내볼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위기’에서 레스토랑들은 과감한 메뉴 개발과, 공간적 혁신, 서비스 확대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변화는 미슐랭(Guide Michelin,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정보안내서) 스타 셰프와 고급 레스토랑들의 높았던 콧대도 무너뜨렸다. 가정 내 요리가 늘어나자 레스토랑 내 메뉴들을 서둘러 밀키트(식재료와 양념 등이 손질돼있는 간편식 종류) 제품으로 내놓고, 심지어 ‘절대 불가’를 외쳤던 ‘음식 배달’까지 시작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급 레스토랑들은 배달 도중 ‘식어버리는 음식’을 막기 위해 배달 서비스는 피해왔다.
미국의 유명 스테이크 하우스인 블루클린의 ‘피터루커스테이크하우스(Peter Luger Steak House)’의 경우 레스토랑 오픈 133년 만에 처음으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유명 레스토랑과 셰프들이 한국의 발달된 온라인 마켓을 통해 밀키트 또는 가정간편식으로 메뉴를 출시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자장면’은 되고 ‘파스타’는 안됐던 배달 문화도 바뀌었다. 배달앱에서는 오히려 주문이 안되는 메뉴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마켓컬리에서 판매중인 '초이닷' 최현석 셰프와 '밍글스' 강민구 셰프의 파스타 제품[마켓컬리 제공] |
레스토랑 공간도 달라졌다. 음식이 맛 뿐 아니라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미국의 ‘인 앳 리틀 워싱턴(The Inn at Little Washington)’ 레스토랑은 빈 좌석에 옷을 입힌 마네킹을 앉혀 두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도 손님에게 재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방법이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아이디어는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코로나 시기를 제대로 겨냥한 기내식 레스토랑이다.
기내식으로 꾸민 레스토랑과 탑승권 형태의 주문 영수증 [인스타그램, 유튜브 캡처] |
내셔널뉴스와 타임아웃 등 아랍에미리트(UAE)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부다비에 위치한 ‘트렌씻터미널푸드(Transit Terminal Food)’는 내부를 마치 비행기 안으로 꾸며놓았다. 고객이 비행기 좌석에 앉으면 승무원 복장을 한 직원이 주문을 하러 온다. 메뉴 역시 벨기에 와플, 도쿄식 햄버거, 텍사스식 햄버거 등 각국의 특징을 대표하는 30가지를 제공한다. 좌석은 일반 레스토랑보다 좁지만 비행기를 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외에 직원과 손님이 모두 야간 투시경을 쓰고 어두운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다크 레스토랑’도 있다. 어둠 속에서 먹는 음식은 오감을 자극하기 때문에 특히 UAE 젊은층에게 인기를 얻으며 매장이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혁신적인 메뉴’의 개발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집안을 나와 레스토랑까지 고객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서는 단순한 메뉴 개발을 넘어서야 했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미디어) 시대에서는 기존의 ‘맛’ 중심에서 ‘눈으로 즐기는 음식’으로의 변화가 강하다.
지난해 체코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모양을 한 디저트가 전 세계의 주목을 끈 바 있다. 프라하에 위치한 ‘블랙마돈나(Black Madonna)’ 카페는 초콜릿과 빨간 라즈베리를 이용해 바이러스 표면의 뾰족한 스파이크(단백질)까지 구현한 디저트를 만들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마네킹을 앉힌 레스토랑(좌), 코로나 바이러스 모양 디저트(우) [인스타그램 캡처] |
중동 부호들이 많은 UAE에서는 두바이 금박을 두른 음식들이 많아졌다. 현지에서 식용금은 금을 유난히 좋아하는 현지인 취향을 저격해 이전부터 사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레스토랑 매출 급락과 더불어 올해 10월 두바이 엑스포를 맞이해 관광객의 호기심을 끌기 위한 이색 메뉴 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식용금은 이전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 두바이의 한 디저트 가게는 23캐럿의 금을 얹은 아이스크림(한화 약 95만 원)을 베르사체(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디자인 그릇에 담아 제공하기도 한다.
(왼쪽부터)순금(24캐럿)이 뿌려진 커피(한화 약 2만 7000원), 블랙다이아몬드 아이스크림(한화 약 95만 원) [인스타그램, 유튜브 캡처] |
레스토랑에서는 ‘바다 파브(Vada Pav, 인도의 감자만두)’ 속에 무려 22 캐럿의 금을 감싼 감자 패티( (한화 약 3만 1000원)가 제공됐다. 감자로 만들어진 이 비건 패티는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고소득층 거주민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또한 스테이크나 햄버거 패티에서도 금박이 덮여지고 커피에서도 새하얀 우유 거품 대신 눈부신 금빛이 출렁거리며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