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기준 일본 사전예약자 28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게임 역대 1위 기록(330만명)을 도전 중인 엔픽셀의 '그랑사가'. 다음달 18일 일본 출시를 앞뒀다. [엔픽셀 제공]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일본 시장서 외면 받던 한국 게임이 변화된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신작들이 일본 인기게임 및 매출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흥행 기대감을 모으는 것이다. 그간 일본 시장은 게임사들에게 난공불락으로 간주됐다. 주요 게임사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장기간 흥행 사례로 이어지지 못한 탓이다. 달라진 시장 반응에 힘입어 일본 장기 흥행 작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사 중 최단기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반열에 오른 ‘엔픽셀’의 그랑사가가 일본 사전예약자 280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한국 게임 2위 기록에 해당한다. 아직 사전예약 기간 중임을 감안하면 1위 넷마블 ‘일곱개의 대죄’(330만명)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크다. ‘일곱 개의 대죄’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기반한 게임인 만큼, 순수 국산 지식재산권(IP) 기준으로 보면 그랑사가 사전흥행은 역대 1위다.
100만명 달성까지 27일이 소요돼 앞서 일본에 진출했던 리니지2M(35일), 리니지M(67일)의 기록도 넘어섰다. 그랑사가는 엔픽셀의 첫 타이틀로 3년간 150여명 개발진이 참여한 게임으로 내달 18일 일본 출시를 앞뒀다.
지난 2월 일본에 먼저 출시한 넥슨 자회사 넷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구글과 애플 인기순위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넥슨 제공] |
앞서 진출했던 게임들도 주요 인기차트에 진입하며 성과를 보였다. 지난 2월 넥슨 자회사 넷게임즈가 일본서 출시한 ‘블루아카이브’는 출시 직후 구글과 애플 앱마켓서 인기게임 1위를 기록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최고 매출 순위 4위에 오르며 수입 부문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나타냈다. 일러스트 창작 커뮤니티 ‘픽시브(pixiv)’에서는 약 9개월 만에 2만 개에 육박하는 블루아카이브 관련 창작물이 탄생할 정도로 이용자 반응도 뜨겁다.
‘쿠키IP’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첫 출시 국가로 일본을 택했다. 출시 나흘 만에 애플 앱스토어 인기 게임 순위 1위에 오르며 당시 트위터 등 일본 SNS에서는 “쿠키의 늪에 빠졌어” “쿠키들이 너무 귀엽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이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인기에 힘입어 데브시스터즈 측은 일본서 쿠키IP 기반 사업 확장을 계획 중이다.
일본 출시 후 구글플레이스토어 일매출 1위를 기록한 가디언테일즈[콩스튜디오 제공] |
관심을 넘어 실제 매출 부문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콩스튜디오의 ‘가디언 테일즈’는 일본 출시 직후 구글플레이스토어 일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일본 현지 게임사가 아닌 해외 게임사가 매출 1위를 달성한 것은 이례적인 성과다. 25일 기준 인기게임 1위, 구글플레이스토어 일매출 3위, 애플스토어 일매출 10위에 안착하며 순항 중이다.
앞서 출시된 넷마블 ‘제2의나라’도 장기간 매출 차트에 오르내리며 소리 없는 흥행 중이다. 레벨파이브와 스튜디오지브리가 협력한 판타지 RPG ‘니노쿠니’를 모바일로 재해석해 애초부터 일본 시장을 겨냥했다. 초기 상위권에 안착하다 현재 매출순위 30위권 안팎에 머물고 있지만 국내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지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제2의나라 전체 매출 비중의 25%가 일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시장은 그간 국내 게임사들에게 난공불락과 같았다. 넷마블이 지난 2016년 선보인 ‘세븐나이츠’가 앱스토어 매출 3위를 달성한 게 한동안 최고 기록일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 게임 시장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3위 게임시장인 만큼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본 게임 시장 규모는 219억 8900만 달러(약 25조 6800억원)로 미국(375억 2300만 달러)과 중국(349억 600만 달러)에 이은 3위다. 5위 규모인 한국(116억 1100만 달러)의 두 배 가까이 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본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매출에서 높은 성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아쉽다”면서 “다수 게임의 일본 진출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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