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 김종인…‘정책’ 김병준 앙금 해소 관건
金 vs ‘반김종인’ 관계 정리도…“‘그립’ 필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준석 대표가 당 대선후보인 윤석열 후보에게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복주머니를 전달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정치력을 볼 수 있는 첫 시험대는 김종인·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두 거물을 이른 시일 내 함께 한 배에 태울 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두 인사에게 물밑 조력을 받은 윤 후보의 입장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은 선거 기술자, 김병준 전 위원장은 정책 전문가로 지금부터 함께 가야 할 원로급 인사다. 문제는 두 사람 사이 ‘앙금’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윤 후보는 이와 함께 김종인 전 위원장과 반(反)김종인 인사들을 같이 품을 수 있는 방법도 고심해야 할 처지다. 윤 후보의 최측근 중 상당수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 충돌한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최대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이 화합의 손을 사실상 뿌리치면서 금이 간 ‘원팀’ 기류가 더욱 악화되지 않을지 염려하는 모습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현재 인물 간의 역학 구도를 놓고 고차 방정식을 풀고 있다”고 했다.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역할을 놓고 총괄 선거대책위원장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의 탄생을 가까이에서 도왔다.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 사령탑에 올라 전승을 이끌었다. 윤 후보는 김병준 전 위원장도 선대위의 핵심 역할을 맡아주기를 고대하는 분위기다. 윤 후보는 지난 주말 김 전 위원장과 회동했다. 당 안팎에선 윤 후보가 그에게 선대위 합류를 제안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 측은 경선이 한창일 때도 거듭 고사 뜻을 밝힌 김병준 전 위원장에게 캠프를 이끌어달라고 청했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원조 친노(친노무현)’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윤 후보는 두 사람의 역할을 놓고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이들의 관계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김종인 전 위원장은 김병준 전 위원장에게 “하류 사고방식”이라고 저격하고, 김병준 전 위원장은 “뇌물 받은 전과자”라고 원색 비난한 일도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 |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 [연합] |
정권교체 깃발을 든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 반김종인 인사들 간의 앙금도 털어내는 일에도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윤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 중 상당수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 충돌한 적이 있다. 주호영 의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4월 보선 이후 당에서 떠날 때 당 상임고문직을 요청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을 현역 취급하지 않는다는 데 대해 상당히 기분 나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2016년 그를 ‘부정부패 비리 전력자’로 규정했다. 그런가 하면, 장제원 의원은 최근까지 반김종인계의 대표적 인사였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전날 ‘자리 사냥꾼’이라는 표현을 쓰며 “냉정히 생각해 (정리를)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압박에 나섰다. 캠프 일각에선 그의 이런 말에 “독선적”이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윤 후보가 직접 책임져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질 것”이라며 “이제 ‘정치 초보’라는 말은 그를 보호할 수 없다. 초반에 그립을 능숙히 쥐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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