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땜질에 보여주기식 홍보에만 급급한 요소수 대응
뉴스종합| 2021-11-09 11:35

요소수 품귀 현상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다. 물류대란을 넘어서 농업과 모든 산업 영역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급기야 쓰레기차가 멈춰서고 노선버스가 운행중단 위협을 받는 생활대란의 조짐마저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우왕좌왕할 뿐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견상 총력전을 펼치고는 있다. 8일만 해도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회의를 열고 요소수 물량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해외에서 차량용 요소 1만t 수입을 추진하고 급한 대로 베트남으로부터 200t을 들여오기로 한 것이 그 핵심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호주산 요소수 수입량을 2만ℓ에서 2만7000ℓ로 늘리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참모회의를 통해 “수급안정을 위해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내외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부산하게 움직이고는 있지만 문제는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요소수 생산시설의 원료 재고는 이달 말이면 모두 바닥이 날 게 확실하다. 이런 판에 이제 수입을 ‘검토’한다니 수요자로선 그저 딴 나라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당장 화물트럭들이 줄줄이 운행을 중단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인데 정부 대응은 너무도 한가해 보인다.

호주산 요소수를 즉시 들여오겠다며 군 수송기까지 동원하는 부산을 떨지만 쓴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하루 200만대의 차량에 요소수가 필요한데 이 정도로는 3000대도 채우지 못한다. 베트남에서 가져온다는 요소수 원료로는 달랑 하루분 만들기도 빠듯하다고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도 안 되는 물량을 ‘범정부 합동 대책회의’ 결과라고 버젓이 홍보하니 답답하고 무능하다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더 황당한 것은 군 비축물량까지 풀겠다는 국방부 발표다. 마지 못해 나온 방안으로 보이기는 하나 결코 안 될 말이다. 군 비축 요소수는 전시 등 위급상황 대비용이다. 소방차와 구급차 출동에 차질을 빚을까 봐 시민이 소방서에 요소수를 놓고 가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아무리 배고프다고 종자씨까지 까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요소수 사태는 한 마디로 당국의 늑장대응이 그 원인이다. 산업부와 환경부가 지난달 중순 중국이 요소 수출 금지를 고시했을 때 서로 그 책임을 미루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초기 대응 부족을 시인한 바 있다. 이제라도 나라의 명운이 걸렸다는 각오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눈앞의 위기 모면을 위한 보여주기식 대책은 상황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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