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 달아항서 뱃길 10분 연대도·만지도
태양광 발전·전지카트 누비는 친환경 섬
음식 손수만든 건강 한 그릇으로 해결
주운 쓰레기 ‘정크아트’ 가치·재미 동시에
쓰담여행·플로깅·비치코밍·에코트레킹 등
함양, 진주로 확대...에코여행 일상화 기대
쓰레기를 줍고 익숙한 1회용품, 탄소유발제품을 두고온 ‘불편한 친환경여행’이지만 울산대 1학년생들은 내내 즐거운 표정이었다. |
어린이가 주운 병조각 등 쓰레기를 수거함에 붓고 있다. |
한 가족이 공개한 친환경 여행 준비물. |
여행자들이 주운 쓰레기로 만든 정크아트. |
“우리 엄마 힘들었겠다” 쿠킹클래스에서 파를 써는 아이. |
친환경여행 거점인 연대도 에코파크 옆 물새가 지나가는 어선을 보고있다. |
통영 최남단 달아항에서 90명 정원에 4명 이상 만 타면 떠나는 진영호를 타고 10분 남짓 뱃길로 들어간 연대도-만지도는 화석연료 자동차 대신 친환경 전지를 장착한 카트가 마을을 누비고 태양광 발전을 에너지 삼는 친환경 섬이다.
▶아름다운 연대-만지도=연대도 기암절벽 앞 출렁다리 초입에 서면, 날개를 활짝 편 모양의 만지도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연대도 남쪽과 서쪽 끝은 바람과 파도로부터 이 섬을 지탱하느라 기암괴석 모양으로 깎인 해식애(涯)가 멋진 풍경을 빚어낸다.
출렁다리 아래 바위섬은 강태공들의 차지. 잠시 낚시꾼 거동을 보노라면 낚시줄을 수면 아래 드리우기가 무섭게 물고기들이 올라오는데, 사람 만 살기좋은 곳이 아니라 물고기들도 몰려드는 곳이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인프라가 탄탄한 이곳에선 지난 6월18일 부터 11월6일 까지, 1박2일 탄소없는 여행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화석연료 사용안하기, 일회용품 사용안하기, 재활용불가 쓰레기 배출안하기 여행이다.
팬데믹 이후,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친환경 여행이 모든 국민들의 도덕률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관광공사가 기획하고 공사 경남지사가 현장에서 세세하게 프로그램과 개선점을 찾아내는, 탄소중립 지속가능여행의 모범케이스이자 모니터링 투어(Test Bed)였다.
▶쓰담여행 이른 선구자들의 친환경여행=지난 6일 여섯 번째, 마지막 모니터링 투어가 진행됐고, 앞으로 이처럼, 환경을 지키고, 교육의 의미가 더해진 무탄소 여행은 진주, 함양 등지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미 서울 등지에서 여행 중 쓰레기를 줍는 ‘불편한 여행-쓰담(쓰레기담고) 달리기’ 캠페인을 벌여 참여한 국민,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전국 공공부문 15개 기관으로 구성된 한국관광기관협의회(간사기관 한국관광공사)는 여행자의 주민 참여로 이뤄지는 ‘착한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플로깅(쓰레기 줍기+조깅), 비치코밍(해변 정화 활동), 에코 트레킹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중이다.
앞으로 국내여행은 ▷연대도 투어 같은 탄소중립 실천 여행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여행기분을 만끽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것을 치우는 ‘쓰담 쓰담(쓰레기 담기)’ 여행 ▷모든 국내 여행상품 때 쓰레기 봉투 하나 준비해서 친환경 활동을 더할 경우 보람은 물론이고 여행사와 여행자 모두 인센티브 까지 얻는 친환경 패키 지 여행의 정착으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6일 연대도 비치코밍 겸 생태여행에서 윤리교사 출신 윤병열 경남생태관광협회 이사가 해안동물의 잔해를 먹고사는 갯강구는 ‘바다의 청소부’라고 하자,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서울 신북초등학교 2학년 전서우 군은 “그럼 하늘의 청소부는 독수리겠네요”라고 맞장구를 친다. 윤선생은 “그렇지! 똑똑한 어린이네요”라며 크게 칭찬해 준다.
▶한달뒤 내게 보내는 엽서엔..=“쓰레기를 만들지도 버리지도 않겠어요” 등 많은 어린이들이 한달후 배달될 엽서에 자기 다짐을 적는 시간, 한 아이는 “늦잠을 자지 않겠어요”라고 적는다. ‘이게 지속가능여행과 무슨 상관?’이라는 생각을 대다수 어른들이 했을텐데, 그래서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깊은 뜻을 잘 모른다고 핀잔 듣는 것이다. 이 어린이는 “제가 일찍 일어나면 걸어서 학교에 가는데, 늦잠을 자면 엄마가 차 시동을 걸고 초미세먼지를 내면서 학교에 차태워주거든요”라는 설명을 붙여 어른들을 머쓱, 흐뭇하게 만들었다.
연대도-만지도의 멋진 풍경은 이들은 더욱 반기는 느낌이 든다. 어른과 아이들은 버려진 스티로폼, 깨진 병조각, 담배꽁초 등을 주워 비닐에 담으면서, “아빠, 바위에서 자라난 소나무, 추운데 자란 야생화는 참 멋지고, 강한 것 같해”라며 풍광을 즐겼다.
울산대 1학년생 4명의 여학생들은 “이건 찍어야 해”라면서 쓰레기 봉투를 잠시 내려놓고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4인 V자 대형’의 포즈를 취했다. ‘왝’하고 울어서 왜가리라는 설명이 이어지자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섬을 울린다.
▶강인한 섬 야생화=섬의 야생화는 작지만 강인했다. 날씨가 쌀쌀해진 11월임에도 해식애에 피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국화처럼 방사형으로 핀 꽃이지만 다 다르다. 흰색은 구절초, 노랑색은 털머위, 보라색인데 혼자 길쭉하게 핀 것은 쑥부쟁이꽃, 보라색인데 납작하게 옹기종기 여럿이 뭉쳐 핀 것은 해국(海菊)이다. 윤 선생도 신이 났는지 윤리교사 출신의 근엄함은 사라지고 대학생, 어린이, 동생뻘 아빠와 너스레를 떨며 ‘탄소 어벤저스’ 친환경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거리두기 지침 때문에 여행자팀 간 통성명과 단체 발표는 마지막인 6차 때에야 처음으로 진행됐다. 친환경이라는 주제로 재미있게 담소를 이어가는 모습도 이채롭다.
어떤 가족은 “그릇 까지 씹어 먹고 올 생각으로 짐을 쌌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고, 백팩 속에 옷 말고는 아무것도 넣어오지 않았다는 가족은 “먹거리 등을 현지에서 구입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기로 했다”는 웅변을 하기도 했다.
다른 팀은 이전의 여행때엔 넣어갔지만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넣지 말야할 것을 모아놓은 코너에서 아이가 찡그리는 표정을, 연대도 에코투어에 가져갈 좋은 준비물 옆에선 방긋웃는 표정을 사진으로 찍어 단톡방에 공유했다.
여럿이 주운 쓰레기로 작품을 만드는 정크아트 시간에도 웃음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고, 손수 만들어 먹을 충무김밥 쿠킹 클래스에선 아이가 식재료를 어렵게 썰며 그간 부모님이 했을 고생을 이해한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술안주로도 어울리는 탄소중립 얘기= 남기면 쓰레기가 되기에, 평소 입이 짧던 아이도 건강 음식 한 그릇을 뚝딱 비워 칭찬을 받았다. 환경여행이라고 해서 여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래자랑도 하고, 몇몇은 에코파크를 월담해 초록빛 지구 한켠, 연대도 식당에서 초록색 병의 액체를 마시기도 했다. 술자리에서 탄소중립 얘기가 나와도 제법 어울렸다.
박철범 한국관광공사 경남지사장은 “짧은 일정이지만 여행을 통해 경험한 탄소 없는 생활을 일상 복귀 후에도 실천할 수 있도록 실용적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며 “앞으로 다른 곳으로 확산하고, 지속적인 캠페인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여행을 실현하기 위한 우리 국민들의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산행 중 쓰담여행을 오래도록 해온 ‘클린 하이커’(리더 김강은), 오버투어리즘 방지캠페인, 123만명 기름떼제거의 기적을 일으킨 태안 주민과 서울친환경동아리의 연합 해변 청소 등으로 이어져왔다.
이제 청정자연을 흡입하고, 환경도 보호하며, 재미 까지 있는, 탄소중립 지속가능한 여행은 금모으기 운동, ‘붉은 악마’ 응원의 열정 처럼, 우리 국토에 들불처럼 퍼질 것이다. 봉화의 연기를 피우던 연대도가 친환경 건강여행의 횃불을 높이 치켜들었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