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개혁 수요 이미 확보”
AI 등장 등 수요감소 명분
‘빅4’ 쏠림 커 중소사는 반대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수년간 신규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를 크게 확대해 온 회계업계가 단계적인 축소 방침을 공식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신(新) 외감법’ 도입으로 늘어난 일감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회계사 수급을 조정해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그러나 여전히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현장 일각에서의 반발도 우려된다.
10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2022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인원을 2021년 대비 50명 축소한 1050명으로 결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회계사회는 회계개혁에 따른 공인회계사 수요가 지난 3년간에 걸친 증원으로 이미 확보됐고, 이후 업계 인력 적체를 피하기 위해 단계적 회계사시험 합격자 수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건의를 토대로 11월 중 공인회계사자격제도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2년 공인회계사시험 최소선발인원을 결정한다. 앞서 심의위원회는 2022년 이후 선발 인원이 감원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어 기준인원 하향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매년 회계사 선발의 기준이 되는 최소선발인원은 2018년 850명에서 2019년 1000명으로 급증한 뒤 2020년 다시 1100명으로 늘었고, 2021년 1100명 기준이 동결됐다. 동점자 등을 고려해 선발한 실제 합격자 수는 2018년 904명에서 2019년 1009명, 2020년 1110명에 이어 올해는 1172명으로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그동안 업계는 늘어난 회계사 인력을 신외감법 시행으로 확대된 일감 대응에 적극적으로 투입해 왔다. 감사품질 제고 일환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 등이 시행되면서 감사 투입시간이 증가한 가운데, 주52시간제 적용으로 일손 부족 현상이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계사 수급 불균형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 등 디지털 감사기법 발달로 향후 회계사 수요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인원 조정 당위성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한 회계사는 “최근 주52시간제 시행 등 개선된 업무환경이 안착되면서 학업이나 육아, 타직종 전업 등으로 일터를 떠났던 휴업회계사들의 복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회계법인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단 공감대도 큰 상황이라 현장의 반발도 우려된다. 감사업무뿐 아니라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로 기업 경영자문과 세무자문 등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회계사 인력이 계속해서 필요하다는 시각에서다.
특히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으로의 인력 쏠림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4개 법인은 올해 신입 회계사로 1165명을 흡수하며 선발 인원 대부분을 싹쓸이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중견·중소법인에서는 정규직 채용이 아닌 시간제(파트타임) 공고까지 올리며 회계사 채용에 열을 올릴만큼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업계 전체가 회계개혁으로 전환기를 맞은 만큼 당분간은 신규 유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